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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Nov 01. 2023

행운의 부적

나의 탄생석과 색깔에 대한 단상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살아간다. 언어학에서는 그것을 '나 먼저 원리(Me principle by Cooper & Ross, 1975)'라 부른다. 이곳저곳, 국내외, 엄마 아빠 (엄빠) 등 물리적으로 나와 가까운 것 심리적으로도 더 기댈 수 있는 것들이 우선이 된다. 세상의 정보를 보는 시각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행운의 부적이란 사람마다 다른데 심리적으로 안정을 주는 것부터 물질적으로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믿음까지 다양하다. 어떤 사람들은 하찮은 미신에 불과하다고들 한다.


하지만 심리적으로 항상 경계를 왔다 갔다 하는 나는 우연히 여행하다 사게 된 보라색 팔찌와 귀걸이, 오래전부터 불가리 아메시스트 향수가 주는 보라색 향에 집착한다. 보라색 수정인 자수정(amethyst)이 우연찮게도 나의 탄생석이기도 하다.


2월의 탄생석인 자수정은 성실과 평화를 의미한다. 사실은 나와는 조금 동떨어진 특성들이긴 하다. 나는 성실하지 않으며 평화롭지도 않다. 껍데기는 사실 대강 별 특징 없이 밍숭밍숭해서 차분하고 성실하게 보이기도 한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이나, 가끔씩 타는 택시 기사분들조차도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고 한다. 나는 전생에, 길거리에 흔한 가로수인 플라타너스였거나, 어디나 있는 그러나 존재감 없는 하늘이었을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 탄생석의 의미보다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색깔이다. 보라색에 싸여있으면 편안하고 안정이 된다. 외향적인 빨강과 심연의 파랑색, 둘이 섞여 묘하게 거슬리면서도 스스로 침잠해 고독해지는 이 보라색이 나를 가장 잘 표현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보라색의 특징은 치유에 있다.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을 가진 색깔이라는 것이 퍽 마음에 든다. 나의 치유하는 힘이 주위 사람들에게도 퍼져나갔으면 좋겠다.


오늘은 정체성이 흔들거리는 날인지 나를 살게 하는 부적과 색깔에 대해 골몰해 봤다. 나 먼저 원리라는 것으로 슬쩍 합리화를 시켜가면서 나를 모아 더 단단하게 쌓아 올리는 그런 날이다.


오늘은 나만 생각하고 다. 나밖에 없는 듯 나만 특별한 듯.  참으로 가볍고 깊이 없는 삶, 감각적인 게 전부가 되어 절절한, 속절없는 을 살고 있다.


이 가을이 지나면 곧 치유될 것이다.



사진 - 나의 부적, 자수정 귀걸이와 팔찌 2023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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