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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Nov 14. 2023

당황이 끌어다 준 심리학

[영어쓰기] Demian p.31 - lose my footing

[한국어 글 꼭지]


한 대학원생과의 논문 피드백 시간은 내 일생 내내 잊히지 않을 사건으로 남았다. 그가 내민 실험 논문은 논리적 개연성이 부족하고 실험의 순서조차 이해할 수 없었다. 실험 개요부터 모순이 되는 부분들을 하나씩 물어보는데 그는 그저 경직되어 앉아 있었다.


점점 얼굴이 붉어지더니 대답을 전혀 하지 않는다. 한 눈으로 봐도 입을 일부러 꽉 다물고 있는 듯하더니 눈물이 그렁그렁하다. 아, 설마... 나의 당황도 같이 시작되었지만 말을 걸 새도 없이 조용히 눈물을 쏟고 있는 커다란 어른을 초현실처럼 마주 보고 있었다.


내가 너무 심하게 말을 했나? 얼마나 속상하길래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저렇게 눈물을 뚝뚝 흘릴 수 있을까 생각하며 급한 마음을 뒤로 물리고 잠시 앉아 있었다. 최대 30분인 논문 피드백 시간은 야속하게도 거의 끝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목에 차오르는 불안과 무력감을 읽었다. 지도교수와 마주하게 될 공포도 있었을 것이다.


눈물에 젖어 흐느적거리며 슬라임처럼 빠져나가는 그 학생의 뒷모습을 보면서 논문의 논리성이니 영어 실력이니 그 이전에 마음을 챙기는 것이 먼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의 심리학 공부는 거기서 시작되었다. 아마추어의 미숙함이 아닌 전문가로 체계적인 공부를 하고 싶었다. 공부하며 느낀 건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세상에 아주 많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타인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전에 자신을 알아야 한다며 경험했던 개인 및 집단 상담은 지금도 내게 힘든 시간으로 남았다.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이 가장 어려운 것 같다.


그만큼 나도 성장했지만 세상 밖으로 드러나는 사람들의 마음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더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다. 나는 내게 학생으로 오는 아이들을 중심으로 마음을 다독여주는 일을 시작했고 공부는 마음 챙김 다음이라는 것을 실천하며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논문 피드백 세션에서 그 큰 학생의 눈물을 보지 않았다면 나는 여전히, '노력하면 안 될게 뭐 있니!' 하며 무쏘처럼 돌진하라는 말만 반복하며 나의 아이들을 몰아세우며 살고 있을는지도 모르겠다.


그 학생의 눈물이 내 삶의 전환점이었다.



[Demian & English Writing]


Demian이 말한 Cain에 대한 생각에 충격과 흔들림을 겪는 싱클레어의 심경을 표현한 p.31, He had wanted to make fun of me and make me lose my footing (입지를 잃다, 균형을 잃다, 궁지로 몰다, 혼란스럽게 만들다)는 나의 막무가내 돌진 정신을 돌아보며 사람의 마음으로 관심을 돌렸던 때를 떠올리게 했다.


A turning point occurred during a feedback session when a student sat before me. He had just presented his article, and I quickly noticed that his writing lacked logical coherence. I repeatedly inquired about the discrepancies in his work, while he remained completely still. Gradually, his face turned red, and he offered no response to my questions. His lips remained tightly sealed, but his eyes welled up with tears. Eventually, he began to shed tears but remained silent.


I couldn't help but feel that I had been too harsh in my critique, and I was taken aback by the realization that an adult student could cry in front of a relative stranger. I could sense the lump in his throat, a palpable manifestation of his helplessness regarding the challenges he faced in improving his future work. This moment served as my inspiration to pursue the study of psych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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