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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Dec 10. 2023

단절의 극복

스케쥴러, 삶을 이어가는 방법

빨강 가죽 질감 스케쥴러

희석된 핏물 같은 색깔에 홀려

2023년 반만큼의 두께로

2024년을 샀다.


쓰던 스케쥴러의 남은 양을 더해

2024년을 채울 자신은 없다.

그래서 남은 반을 버린다.

그래서 마음이 더 가볍다.

덜 채워도 되는 헐렁한 여유에

벌써 2024년이 깃털처럼

들썩들썩한다.


새 스케쥴러에는

2023년 12월이 없다.

12월은 다음 해와 연결하듯

풀칠을 하는 달인데

갑작스러운 단절에

급히 당황한다.


풀칠을 하며 끈적끈적

다음 해로 찌~익 붙이는 달인데

어떻게 2024년으로 넘어갈까

관자놀이를 꾹 눌러본다.


운명이라 적어 두자

2023년에 없는 2024년 1월도

2024년에 없는 2023년 12월도

그만큼 가랑이를 넓게 벌려

힘차게 건너라는 뜻이겠지


오늘부터 나는

하나, 둘, 셋, 넷, 

뛰어오르는 연습을 한다.

넓게 건너는 연습을 한다.


2024년

얇게 가볍게 새롭게



사진 - 광교 카페 글쓰기 인상파 효과 20231209

#라라크루 (2-5) #라라라라이팅 어떤 단절도 노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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