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쥴러, 삶을 이어가는 방법
빨강 가죽 질감 스케쥴러
희석된 핏물 같은 색깔에 홀려
2023년 반만큼의 두께로
2024년을 샀다.
쓰던 스케쥴러의 남은 양을 더해
2024년을 채울 자신은 없다.
그래서 남은 반을 버린다.
그래서 마음이 더 가볍다.
덜 채워도 되는 헐렁한 여유에
벌써 2024년이 깃털처럼
들썩들썩한다.
새 스케쥴러에는
2023년 12월이 없다.
12월은 다음 해와 연결하듯
풀칠을 하는 달인데
갑작스러운 단절에
급히 당황한다.
풀칠을 하며 끈적끈적
다음 해로 찌~익 붙이는 달인데
어떻게 2024년으로 넘어갈까
관자놀이를 꾹 눌러본다.
운명이라 적어 두자
2023년에 없는 2024년 1월도
2024년에 없는 2023년 12월도
그만큼 가랑이를 넓게 벌려
힘차게 건너라는 뜻이겠지
오늘부터 나는
하나, 둘, 셋, 넷,
뛰어오르는 연습을 한다.
넓게 건너는 연습을 한다.
2024년
얇게 가볍게 새롭게
사진 - 광교 카페 글쓰기 인상파 효과 20231209
#라라크루 (2-5) #라라라라이팅 어떤 단절도 노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