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내려 두고
가끔, 인적이 드문 시골길에서 버스를 탈 때가 있다.
덜컹거리는 버스의 움직임을 따라 응어리진 슬픔을 밖으로 토해버리고 싶을 때가 그런 때다. 될 수 있으면 거칠게 달리는 비포장 시골길이면 더 좋다. 온순한 기사 할아버지는 저 구석 뒷자리에 앉아 움직이는 대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를 눈치채도 그대로 내버려 둔다. 오죽하면 버스 구석에서 눈물을 푸겠나 한다.
울지 못하는 날이 많아지면 눈물이 쌓여 온몸이 꽉 막힌 하수구처럼 열이 나고 답답하다. 가족들과 마주하면 웃어야 하고, 아이들과 인사할 땐 한껏 밝아야 한다. 내 방에 덩그러니 혼자라도 새어나갈 흐느낌에 나 스스로를 단단히 막아내야 한다.
그럴 때 차를 몰고 나가서 가까운 시골 길가 흙먼지 속에 세워두고, 저기 뒤뚱거리며 천천히 오는 버스를 탄다. 창문이 큰 버스는 하늘을 마음껏 보며 줄줄 흐르는 눈물을 후두둑 후두둑 치워준다. 떨어지는 눈물마다 삶이 정화되고, 정화되는 흔적마다 그리움으로 떠나, 저 멀리 내가 사랑하는 친구의 통증을 덜어 주었으면 좋겠다. 친구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친구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금, 나는 버스를 타러 시골길로 향한다.
사진 - 마음을 더 슬프게 하는 채도 낮은 주홍색 잎들, 20231124
#라라크루 미션 #라라라라이팅 슬플 때 할 수 있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