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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Dec 10. 2023

무용과 작문

0546

무용에서 이상한 몸짓들은 당연하다.


일상의 익숙한 몸놀림의 여집합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시퀀스를 쉼 없이 배반한다.


하나씩 역순으로 엮거나 그러할 것이라는 동작을 생략하고 재배열한다.


기묘하게 보이지만 아름다운 낯섦이다.


그러면서 맥락을 놓치지 않는다.


지향하는 바는 시선에 담고 육체는 자유롭게 유영한다.


손이 가장 바빠 보이지만 발이 더 부지런하다.


무용은 발의 흐름이자 발의 수다


무용이 말이 없어 답답하다면 그대는 발의 언어에 귀를 닫은 탓이다.


https://brunch.co.kr/@voice4u/439


무용은 글쓰기와 닮았다.


무용을 볼 때마다 나의 글쓰기를 반추하게 된다.


내게 익숙한 언어들로만 나를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지 말이다.


사실 우리는 격렬하게 실감하지 않은가.


나만의 언어 밖에서만 내가 설명되고 통역되는 명백한 진실을!


가끔 글이 내 안에 갇혀 어쩌지 못하는 날에는 무용을 보러 간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무용을 보고 있노라면 내 귀는 요란하게 바빠지고 수줍고 소심했던 나의 작문은 비로소 기지개를 켜고 발기한다.


무용은 오늘도 내게 글쓰기에 관한 훌륭한 잔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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