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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작이 Dec 10. 2023

이건 건망증?

백 아흔한 번째 글: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습니다.

오늘까지 네이버 블로그에 283번째의 글을 올렸습니다. 1000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글을 쓰겠다며 큰소리를 쳤으니 하루라도 빼먹는 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습니다. 뭐 그렇다고 해서 누가 저에게 1000일 글쓰기를 하라고 등 떠민 것도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제가 좋아서 하는 것이니 누구한테든 뭐라고 할 계제가 못 됩니다.


일단 겉으로 보면 지금까지는 순항 중입니다. 283일째, 대략 9개월 정도가 지났습니다. 매일 글쓰기, 더군다나 목표량을 정해놓고 글을 써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간단한 것도 막상 시작해 보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됩니다. 매일 새로운 소재로 글을 쓴다는 게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닙니다. 더군다나 그렇게 쓴 글이 읽을 만 한가, 하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만저만 부담이 가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직 720일 정도가 남아 있는데, 쓰면 쓸수록 가장 중요한 게 글의 질이 아니란 걸 알게 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빠뜨리지 않고 써야 하는 일종의 인내심이 가장 핵심이 됩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니 딱 두 번 그날의 글을 쓰지 않고 넘어간 적이 있었습니다. 오전 12시가 되기 전에 그날의 글을 쓰기만 하면 되는데, 생각지도 않다가 쓰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곤 합니다. 일부러 안 쓰려고 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쓸 소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천연덕스럽게 있다가 허둥대곤 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전적으로 건망증 탓이겠습니다. 당연히 쓴 줄 알고 있었는데, 오전 12시가 되기 직전에 블로그를 열었더니 쓰지 않았던 것입니다. 어제가 그랬었고, 한두 달 전에도 그랬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다음 날 두 편의 글을 쓰면 되지만, 찜찜한 마음은 떨쳐낼 수가 없습니다. 다만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 합니다. 고작 이틀 글을 빠뜨렸다고 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없기 때문입니다. 그날의 글을 깜빡하면 다음 날 두 편을 쓰면 되니까 말입니다.


잊지 않도록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수밖에 없겠습니다.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나 해가 갈수록 생각한 걸 빠뜨리는 일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남은 720일 동안 부디 이런 일이 없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사진 출처: https://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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