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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n 29. 2023

내가 죽고 싶은 자리

박노해 시인의 시 한 편이 일깨운 것

제가 선생님의 발작 버튼을 눌렀었던 걸까요?




     내가 죽고 싶은 자리 by 박노해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그러나 실은 하루하루

     죽어가는 것이 아닌가 


     우리 모두는 결국

     죽음을 향해 걷고 있다 


     언젠가 어느 날인가

     죽음 앞에 세워질 때 


     나는 무얼 하다 죽고 싶었는가

     나는 누구 곁에 죽고 싶었는가 


     내가 죽고 싶은 자리가

     진정 살고 싶은 자리이니 


     나 지금 죽고 싶은 그곳에서

     살고 싶은 생을 살고 있는가  


    - 박노해 시인의 숨고르기 ‘내가 죽고 싶은 자리’

      시집 『너의 하늘을 보아』 수록 詩 59p




선생님, 이제 생각해 보니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도착한 박노해 시인의 시 한 편이 선생님의 표정을 생생하게 합니다. 


시험 문제에서까지 물으시는 통에 저는 70점밖에 받을 수 없었지만, 억울한 마음은 꽤 오래갔습니다.  


제가 중학교 국어 시간에 네 꿈은 무어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행복하게 죽는 겁니다' 했을 때, 선생님의 표정은 마치, 제가 엄청난 문제아로 아이들을 선동하려는 듯 여기시는 잿빛 표정이셨지요. 작은 중학생의 궁극적 삶의 목표였는데 말입니다. 


여전히 저는 제가 살고 싶은 자리에서 행복하게 죽을 꿈을 꿉니다. 박노해를 마주하고야 그때 제 마음의 풀이를 해봅니다. 머줏거리다 울상이 되었었지만, 이거였어요, 선생님.


저 잘 살고 있습니다. 이젠 안심하시죠?


사진 jplenio_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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