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Jun 25. 2023

누군가를 잃을까 봐 겁이 날 때

다시 말 걸어올 때까지 기다릴 힘을 제게 주소서

고통스러운 순간.

 

당분간 잊어달라, 그저 무작정 통보를 받고는 당황함이 슬픔이 될 때까지 소파에 던져진 인형처럼 삐딱한 자세로 멍합니다. 당신의 당분간이 저에게 어떤 의미일지 당신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나 봅니다. 다시 똑똑 두드리기엔 너무나 큰 공포. 그냥 일단 그 순간의 무거움을 들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그런 게 아니야. 아니에요. 믿음이 꺼져버린 마음은 불구덩이 마냥 타닥타닥 타들어가며 외로울 겁니다. 외로움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지독한 외로움으로 파고들게 되겠지요.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며 타는 듯 갈증에, 바닷물을 들이키면 더 찢어지는 갈증을 겪듯이 말입니다. 당분간 당신 마음은 괜찮을 건가요.


지금까지 고마워하고 감사하던 마음이 서러워지기 시작하면 제가 뒤돌아서 뛰어 멀어질까 두렵습니다. 전속력으로 눈물을 훔치게 될까 봐서요. 어쩌면 저는 이미 손수건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당분간'이라는 신호조차 주지 않고 내가 만나기를 중단한 사람이 전화를 한다. 작은 스마트폰 스크린에 뜬 이름을 보며 차가움이 벌컥 튀어 오른다. 당신은 왜 여전히 거기 있는 거지? 나를 그냥 내버려 두라고!


애써 준비했던 장미 다발이 코웃음 짓고, 내가 향하고 있던 방향의 반대로 서서, 옳음을 비웃고 그름에 깔깔거리며 나를 툭툭 차며 웃던 날을 기억한다. 웃는 표정으로 모멸감을 참는 게 가능하다는 것도 그때 알았지.




당분간 당신 마음은 괜찮을 건가요. 정말요? 저는 쉬는 숨마다 답답합니다. 당신을 위해 한아름 장미를 준비한 적은 없지만 내 마음을 나누기로 한 발씩 다가가고 있었는데... 나는 당신과 반대로 서 있지 않았습니다.


옳음에 같이 웃으며 끄덕일 때 가슴 따뜻했고, 그름에 심각한 미간 주름 같이 지으며 나는 당신에게 믿음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믿음과 옳음을 그냥 조금씩 밀고 당기며 계속 같은 방향으로 가고 싶습니다.


그.렇.지.만. 김소월 님의 시처럼,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제가 어쩌겠습니까. 고이 보내드려야지요.


당신이 '당분간'을 깨는 방식에서 다시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어떤 이의 마음을 향해 무작정 서 있으면서, 어떤 이의 눈길은 외면해야 하는 이 상황이 참 아이러니군요. 그런 게 인생이야 그러면서 이 부조화의 무거운 시간들을 견뎌내야 하는 건가요?



사진 Walkerssk_Pixabay

매거진의 이전글 치열한 축복의 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