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와 아이만 행복하다면 할 수 있는 건 다해준다는 남편, 사십을 넘기며 괜한 불안에 목소리를 떨더군요. 동료가 회사를 그만뒀어. 친한 동기가 쓰러졌어. 얼마나 막막할까.
감정 표현을 많이 하지 않는 그였지만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일들이 자신이 앞으로 겪게 될 일인 양 표정에 불안을 감추지 않았습니다. 뭐가 저리 불안할까. 저와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지 못할까 봐 그런 건지 생각하며 가끔 너무 혼자 떠안으려 하는 그가 가엾기도 했어요. 내가 옆에 있는데 뭐가 걱정이지?
노후가 너무 걱정이야.
이상하게도 저는 한 번도 걱정해 본 적 없는 노후, 좋은 사람 옆에 있으면 무슨 일이든 잘 풀릴 것 같고 행복할 것 같고, 항상 저는 그랬거든요. 저 불안을 어떻게 없애 줄 수 있을까.
산수는 못하지만 도전해 봅니다. 남편을 붙잡아 식탁 앞에 앉히고 눈을 진지하게 맞췄어요.
여보, 우리는 이 집이 있잖아요.
일단 집이 1억은 넘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붕어빵을 좋아하잖아요.
붕어빵이 1,000원에 네 개니까.
한 끼에 붕어빵 당신 네 개, 나 세 개,...
계산이 살짝 꼬여서 다시 합니다.
그냥 쉽게, 당신 네 개, 나도 네 개,
그럼 우리 한 끼에 2,000원이지?
음, 하루 세 끼니까 이삼은 육! 6,000원이예요.
한 달이 삼십일이니까 180,000원!
어우, 계산이 왜 이렇게 잘되지?
나 천잰가 봐요!
일 년 열두 달, 그러면?...
여보, 계산기 가져올게요.
일 년에 2,160,000원이면 되네요!
우리가 앞으로 40년은 더 산다고 생각해 봅시다.
평균 수명 넉넉히 따져도 86,400,000원이예요.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마요.
집값에서 86,400,000원을 빼고
남은 거에 맞춰서 살면 되니까.
어때요?
그 후 저는 남편의 '쟤를-어쩐다니' 눈길을 받으며 삽니다. 그런데 남편이 이 얘기를 회사에 뿌려가지고는 붕어빵 부인으로 알려졌나 보더라고요. 붕어빵 부인 말고, 미쎄쓰 붕어빵으로 불러주세요. 저는 영어를 좋아하니까.
그런데 저는 사실, 저의 이 붕어빵 생계 가설을 남편이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습니다. 왜냐면 조금의 여유를 찾은 듯이 보였으니까요. 제 눈에만 그런 건가요?
저희 집은 붕세권이예요. 붕어빵 노점상을 지날 때마다 시세 파악하는 것도 잊지 않아요. 요즘 시세가 심상치 않아서 십여 년 전 계산해두었던 붕어빵보다 크기는 작아지고 가격은 오르고 있더군요. 두 개 1,000원.
붕어빵이 더 오르기 전에 남편을 한번 더 다독여야겠어요. 여보, 건강하게 살려면 소식(小食)을 하면 좋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