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슬프다 나도 슬프다
"Don't talk back to me!"
'말 대꾸 하지 마!' 어제 한 아이에게 처음 그렇게 말했다. 아이의 눈빛이 뿌연 회색으로 슬퍼졌다. 나는 이내 입을 닫았다. 그렇게 쏘아붙이려는 게 아니었는데... 아이가 건넨 농담을, 그것도 나를 힘나게 하려던 그 말을 '말대꾸'라 싸잡아 버린 나쁜 선생님이 되었다.
그 말은 나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 '말 대꾸 하지 마! 순리대로 살아.'
배운 대로 삶이 시키는 대로 펼쳐진 대로 사뿐히 가면 되는 길을 자꾸 들쑤신다. 반항하고 대꾸하며 도발한다. 내 눈빛도 회색으로 슬프다. 세상이 내게 준 표정과 눈빛이 기억나지 않는다. 맹목적인 말대꾸만 했나 보다.
나 자신이 힘겹고 무거워 매몰된 날을 세본다.
돌보지 못했던 그 아이를 오늘부터 특별히 돌보겠다고 다짐했다.
때로는 우울의 바닥에 부딪혀도 심연에서 헤매다가도 곧 빛을 향해 튀어 올라 씩씩하게 살아왔지 않은가. 내가 아는 나를 진심으로 다독이며 타인이 아는 나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 사실은 방해받지 않고 도전받지 않고 더 편하게 사는 삶이다.
본분을 잊지 말자.
나와 타인이 타협하는 어느 중간쯤, 잘 살았던 과거의 나로 '복원' 버튼을 누르는 아침이다.
나를 다독일 때가 되면 한 걸음 한 걸음 산으로 깊이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