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발작 버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Jan 17. 2024

엄마의 고통

엄마의 괜찮다는 그 말

엄마는 항상 웃는 얼굴이시다

가슴이 하얗게 비어도 팔 벌려

통증을 참고 항상 꼬옥 안아주신다

엄마가 괜찮다고 말하는 건

안 괜찮은 창백함의 누설로 인해

다른 사람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전혀 원하지 않기 때문이었음을


엄마는 항상 건강 잘 챙겨라 신다

밤마다 뜨거워지는 두 눈을 감지 못하고

뜨거운 통증을 참고 책을 읽어 주신다

엄마가 가끔 책을 읽다가 머뭇거리는 건

여러 글자들이 갑작스럽게 반란하여

크고 작게 움직이는 추상화로 변해도

더 읽어달라는 아이들의 기쁨이 먼저라서


엄마는 항상 꼭 잡고 다녀라 신다

당신의 비어 가는 혈관의 누추함으로

흐르는 피가 쫄쫄쫄 앞이 하얘도

시장통 골목골목 기쁜 상상 하시면서

가끔씩 허리 펴고 하늘 보고 웃으신다

저녁 상 고등어구이 도라지무침

가족들의 맛난 웃음이 언제나 먼저니까


엄마는 항상 단단히 손을 꼭 쥐고

눈을 깊게 맞추며 다짐하신다.

세상은 어떤 일이든 그냥 생기는 거야.

자신의 고통이 하늘을 찔러 소리쳐도

다른 사람의 고통을 가볍게 보지 말고

그를 다독이며 네 고통도 줄일 줄 알면

그게 바로 다 쏟아버린 초라함보다

훨씬 더 견디기 쉬운 거란다.

훨씬 더 나은 거란다.


반드시 통곡한단다

누설된 고통에

매거진의 이전글 교묘한 의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