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다가
씩씩한 적송들이 함께 사는
시원하고 빽빽한 그 곳을 지나다가
갑자기 마음을 든든하게 챙기고 싶었어
나를 바라보지 않는 것들은
이별하기로 해
내가 바라보다 지친 것들은
과감히 털어내기로 해
거친 소나무 갈라진 껍질을
손으로 만지며 다독거리면서
너도 이렇게 거친 굳은 살로
버티고 있구나 이겨내고 있구나
괜히 울컥해서 톡톡 두드려 위로했지
으르렁 푸른 공기를 토해내는
저 적송들의 외침을 귀담아 지나며
나도 남은 날 단단해 지기로 해
의도적인 얇은 감정은 무시하기로 해
마음을 찢는 그 칼날들을 피하기로 해
저 씩씩한 소나무 뒤에 잠시 숨어서
한껏 받은 크고도 큰 적송의 힘으로
앞으로 남은 날들 힘내 볼거야
거칠게 딱지지고 상처 또 나도
툴툴 털며 앞으로 계속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