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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an 16. 2024

어떤 이별

소나무에 기대어

산을 오르다가

씩씩한 적송들이 함께 사는

시원하고 빽빽한 그 곳을 지나다가

갑자기 마음을 든든하게 챙기고 싶었어


나를 바라보지 않는 것들은

이별하기로 해

내가 바라보다 지친 것들은

과감히 털어내기로 해


거친 소나무 갈라진 껍질을

손으로 만지며 다독거리면서

너도 이렇게 거친 굳은 살로

버티고 있구나 이겨내고 있구나

괜히 울컥해서 톡톡 두드려 위로했지


으르렁 푸른 공기를 토해내는

저 적송들의 외침을 귀담아 지나며

나도 남은 날 단단해 지기로 해

의도적인 얇은 감정은 무시하기로 해

마음을 찢는 그 칼날들을 피하기로 해

저 씩씩한 소나무 뒤에 잠시 숨어서


한껏 받은 크고도 큰 적송의 힘으로

앞으로 남은 날들 힘내 볼거야


거칠게 딱지지고 상처 또 나도

툴툴 털며 앞으로 계속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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