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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an 24. 2024

예민한, 너무 예민한

탄광 속 카나리아 그리고 페스코 베지

작은 온혈동물이 탄광 안의 유독가스를 빠르게 감지한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전자 센서로 유해 가스를 탐지하지만 100여 년 전에는 쥐를 데리고(1896년부터), 그 이후 카나리아(1986년까지)를 데리고 탄광에 내려가곤 했답니다.


예민하다는 말을 평생 들어온 저는 제 장기의 예민함이 저를 지금까지 구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게 고통을 주는 것들을 보니 제 내부의 문제와 환경의 문제가 겹치는 것 같습니다. 먹는 게 제일 문제군요.


25도 기온 한 시간 이상 열사병 구토

서울 거리 한 나절에 눈물 및 두통

캔음료 삼 일간 계속 먹으면 설사

스팸 통조림 음식 한번 먹으면 복통

라면 이틀 먹으면 복통 설사

컵라면 먹으면 한 시간쯤 후부터 복통

인스턴트 튀김 음식 복통

밀가루, 메밀 음식 두드러기 가려움

알코올 이틀 섭취에 복통 설사

육류 소화불량, 살 씹는 질감 스트레스


겨울 빼고 에어컨에, 자동차 미세먼지 94용 공기 청정기, 서울 가는 일 줄이고, 나쁜 음식들 피하며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일주일 3회 이상 헬스클럽 근력 운동, 한 달 한번 한라산 쏠로 산행하며 건강 노력도 합니다.


그럼에도 삶을 흔들 정도의 강렬한 유혹이 있으면 바로 뜨거운 온도 속으로 들어가고, 서울로, 식당으로 직진합니다. 마음이 시키는 일은 몸을 해하는 일을 무시하게 합니다. 그깟 두드러기, 복통, 며칠 참으면 됩니다.


위 목록들이 모두 제가 즐겨하는 것들은 아니지만 어쩌다 우연히 먹고 나온 증상들, 실험한답시고 더 먹어본 음식들 경험들이 쌓여 이제는 꽤 확실하게 저를 해하는 것들입니다.


저는 다시 페스코 베지(Pesco Vegitarian)로 돌아갑니다. 육류 no! 생선, 달걀 yes! 모든 채소 ok!


한국에서 고기를 안먹는다는 것은 사회 생활에서의 고립과 단절, 외로움을 부르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걸 못견뎌 지난 7년 고기파티를 하며 지냈었지만 저를 위해 용기내 모든 걸 감수하기로 했습니다.


1월 지나기 전에 페스코 베지(Pesco Vegitarian)로 평생 가기로 또! 다짐하며 끄적여봅니다.


건강한 2024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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