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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Mar 13. 2024

감히 밀당을

어느 안전(案前)이라고!

여: 이거 나 주라. 너는 많이 있짜나. 응? 야~앙!

남: 안돼. 으흐흐, 가꼬시퍼?

여: 응! 어차피, 나 줄꺼쟈나, 응? 그칭?

남: 기다려 주꺼지? 그럼 하나 주구.

여: 나 빨리 갈꼰데. 얼만큼 기다려야 대?

남: 쪼끔이믄 대. 기다릴꺼지? 응? 응?

여: 아이, 기다리기 시른데.

남: 가방 들어주깨!

여: 시러, 말시키지 마!

남: 아깐 재밌으라구 그렁거야.

여: 하나도 안재밌꺼등! 가버려!

남: 야아, 왜 그래. 어차피 같이 갈꺼자나.

여: 아니라고! 아니라니깐!

남: 뭐가 아냐. 가방이나 조!




요즘 초딩 5학년 커플 밀당에 나는 수시로 불판 오징어가 된다.


멀리 떨어져 앉혀 놓아도 눈 신호에 손 신호에 아웅 정말! 그러다 내게 걸리면 씩 웃음으로 이쁘게 봐달라 한다. 감히 어느 안전(案前)이라고! 소리 한방 질러주고 싶지만 결국 띵! 하니 보고만 있다.


단어나 문법 게임을 할 때 다른 편으로 갈라놓아도 같은 편으로 묶어 놓아도 한 번 이상의 눈흘김이나 꼬집음 또는 꼬집힘의 간지러운 순간들자동으로 웃음이 난다.


지만 뜬금없이 나오는 단어들에는 불통의 막막함이 있다. 지금껏 웃으며 퉁기다가 뭔가 해준다는데 갑자기 말 시키지 말라니 모른 척 듣고 있던 나의 귀가 좌절한다. 무엇을 놓친 거지?


이 오글오글 초등 5학년 커플에, 꽤 심각한 삼각관계 초딩 6학년 커플도 있다. 앞에 앉아 공부하는 남자아이는 편지를 쓴다. 뒤에 앉은 여자 아이가 좋다며 결혼할거란다. 어머님들도 그런 사실을 알고 웃어넘기셨단다. 그런데 슬쩍 여자 아이가 수업 후 내게 와서는 자기는 학교에 좋아하는 아이가 따로 있다고. 하아...


어떻게 이 난제를 풀어나갈지 수업 때마다 당황스럽다.


그저 반 바꿔줄 기회만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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