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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Mar 19. 2024

어슬렁 거리

바이러스 무찌르러 라면 가는 길

라면이 먹고 싶다.


불량 먹거리 중 내게 꽤 불량한 뜨끈하고 매운 라면 국물이 당길 때는 내 몸 안에 이러스가 가득한 거리가 생기는 중이라는 거다. 뭐라도 뜨겁게 흘려보내 주어 달래야 한다.


후끈 지끈 거리는 머리의 관자놀이를 누르며 선약을 지키러 거리로 나다. 눈에 바람이 들이치며 시큰하고 콧속이 차갑고 아리다. 점점 더 사시나무가 되는 몸을 추스르며 뱅글뱅글 흔들리는 세상을 꾹꾹 참으며 일을 잘 마치고 안전 귀환했다.


뜨거운 국물은 아롱거리며 오르는 김을 눈에 쏘아 내 건조한 눈을 편안하게 해 준다. 매콤한 향취는 코로 훅 들이치며 한바탕 재채기를 부른다. 엣~취! 국물 식기 전에 찐득하게 목을 타고 흘러 내려가 위장에 안전히 도착한다. 훈훈한 분위기, 천국이 계속되면 얼마나 좋을까. 기대는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내 몸 구석구석으로 타고 들어간 라면과 그 국물은 치유를 향해 움직이려는 내 몸을 시멘트처럼 뻣뻣하게 만들고 손마디의 주름을 두툼하게 펴준다. 나트륨 폭탄에 엎드릴 시간도 안 주고 나의 위장은 튼튼한 세 겹 근육에도 아랑곳없이 나자빠진다. 라면 통증으로 견디는 몸살 통증, 치열한 싸움이다.


통증이 십이지장을 빠져나가면 소장 대장이 어슬렁어슬렁 그 긴 거리에 노폐물과 국물을 뱉어낸다. 끝으로 끝으로. 그다음 날 비어 가는 위장아세트아미노펜을 들이붓고 몸살이 기를 기다리면 된다.


봄하늘 황사에 공감한다. 앞이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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