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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Mar 03. 2024

일시정지

II PAUSE

글을 쓰다가 길로 샐 때 눈앞에 자동으로 '일시 II PAUSE' 버튼이 경고등으로 나타나면 좋겠다.


 누르면 차가운 이성과 따뜻한 감성이  안에 활성화되어 쓰던 글을 꽤 아름답게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쓰는 글이 너무나 시시콜콜 별 의미도 없이 나 자신의 내밀하고 사소한 부분까지 다 까발리는 이어서 나중에 다시 읽으면 부끄러울 것이 뻔할 때, 꾸~욱.


일시지 II PAUSE


누구에겐가 섭섭하고 화가 나서 온갖 평가 판단의 잣대를 마구 가져다 대며 나 자신의 기준만이 최고라는 비뚤어진 시각을 글로 위험하게 옮기고 있을 때, 꾸~욱.


일시지 II PAUSE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세 가지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쓰다가 가만 보니 세 가지 이야기가 거의 같은 단어들을 반복하며 지루하게 이어나가고 있을 때, 꾸~욱.


일시지 II PAUSE


로맨스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갑작스러운 사고의 병적인 비약으로 공상과학으로 치달아, 뜬금없이 주인공들이 외계인이 되어 더 쓸 말이 없어 중언부언하고 있을 때, 꾸~욱.


일시지 II PAUSE


모두 자신의 이야기와 개성이 다르니 쓰는 글도 다를 텐데 더 잘 쓰고 싶어서 잘 쓴다고 평판이 좋은 작가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며 자기 개성을 잃고는 좌절하여 절망할 때, 꾸~욱.


일시지 II PAUSE




글을 쓰는 동안 이런 아름다운 일시지 II PAUSE의 시간이 기를 바란다. 내가 기억하는 부끄러운 시간들에 이제라도 일시지 II PAUSE 버튼을 달아 표시해 둔다.


눈치 보며 힘에 휘둘려 시선을 회피하는 글을 쓰고 싶지 않다. 고개 들어 세상을 똑바로 주하며, 보이는 현상에서 보이지 않는 가치를 발견하는 눈을 기르고 싶다. 런 가치를 나만의 시선으로 옮기고 싶다.

 

그렇게 되었을 때 비로소 '작가'라고 불려도 부끄럽지 않을 것 같다.



#라라크루 (2-1) #라라라라이팅 - 글쓰며 때때로 일시정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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