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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Mar 05. 2024

차분한 정리

구멍낸 하루

알고 있었다

이런 허무함이 닥칠 줄

뭔가 끝냈다는 만족에 겨운

그런 시간은 오지 않을 줄

이미 나는 알고 있었어

여기 있는 한.


계속 가야 한다는

그런 삶의 부푼 희망을

무시하고 싶은 순간이 오게 될 걸

그 수 많은 경험으로도 모른다면

나는 바보임에 틀림없다

그래 나는 알고 있었어

가야 하는 그 길

Baboo.


아무리 끄적여도

아무리 듬뿍 썼어도

발행을 못 누르는 그런 날

그냥 구멍으로 두기로 하자

그 안을 들여다보며 생각해

뭐가 있기는 하니?

없더라 그런데

있더라

뭔가.


누워 멍하니

게으름 피우다 알아 낸건데

원래 없는 곳에서 생겨났으니

있음이 없음으로 가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

없음으로 가는 길에 있었던

무언가를 차분히 다독이고

정리하는 일, 그걸 해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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