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낸 하루
알고 있었다
이런 허무함이 닥칠 줄
뭔가 끝냈다는 만족에 겨운
그런 시간은 오지 않을 줄
이미 나는 알고 있었어
여기 있는 한.
계속 가야 한다는
그런 삶의 부푼 희망을
무시하고 싶은 순간이 오게 될 걸
그 수 많은 경험으로도 모른다면
나는 바보임에 틀림없다
그래 나는 알고 있었어
가야 하는 그 길
Baboo.
아무리 끄적여도
아무리 듬뿍 썼어도
발행을 못 누르는 그런 날
그냥 구멍으로 두기로 하자
그 안을 들여다보며 생각해
뭐가 있기는 하니?
없더라 그런데
있더라
뭔가.
누워 멍하니
게으름 피우다 알아 낸건데
원래 없는 곳에서 생겨났으니
있음이 없음으로 가는 것은
자연스럽고도 당연한 일
없음으로 가는 길에 있었던
무언가를 차분히 다독이고
정리하는 일, 그걸 해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