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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04. 2024

지하철 소묘

0631

모두가 게가 된다.


나란히 어깨를 붙이고 앉아서 옆으로 간다.


익숙해서 아무도 어색해하지 않는다.


손을 일제히 들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니 게의 형상은 더 명확해진다.


서울의 내일과 시민의 행복을 잇습니다


이미 개인과 집단은 끊어진 지 오래된 것을 인정하듯 애써 이어보겠다는 의지가 애처롭다.


그 많던 학원광고가 있던 자리엔 공공기관 홍보문구로 고요히 대체되었다.


시선이 사라진 객실에는 광고 문구들이 무색하다.


아무것도 유혹하기 힘든 공간이 되었다.


이번 역과 내리실 문만 볼만한 메시지가 된다.


지나간 역과 도착할 목적지에는 관심이 없다.


떠나는 열차는 누구에겐 기다림이지만 누구에게는 정처 없는 이정표다.


열차가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아가리를 일제히 벌리고는 옆으로 서 있던 게들을 게워낸다.


하루의 고단함을 지게에 이고는 가까스로 문을 빠져나와 기지개를 켠다.


지하철은 휴가철마냥 무수히 번잡하고 꾸준히 유동적이다.


잘 가라는 인사를 서로에게 건네기도 전에 문은 닫히고 기적소리를 내며 기적처럼 사라진다.


삼 분마다 신기루는 나타나고

오 분마다 무지개는 피어난다


세상의 모든 게들은 노량진 수산시장보다 지하철로 몰려들고 러시아워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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