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누워 나 자신의 모든 것을 샅샅이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오면 모든 것을 멈춘다. 내가 아니더라도 나를 바라보며 소곤거리는 자연이 있는 곳에서는 더욱 그렇다. 시간을 길어 올린다.
지붕이 없는 배의 끝에 의자를 놓고 머리를 한껏 젖혀 앉는다. 햇살과 파란 하늘과 구름이 아주 천천히 움직인다. 다른 편 의자를 당겨다가 무릎을 접고 턱을 고이기도 한다. 여전히 한가로운 산을 보고 눈으로 숲에 뛰어갔다가 마음을 끌어 모아 성으로 올라간다. 배는 여전히 느낌도 없이 아주 천천히 강 위에 머무른 듯 흐른다. 시간은 내게 와 차곡차곡 쌓인다.
일광욕을 위해 펼쳐 둔 넓적한 의자에 누우면 햇빛이 내 머리를 들어 감싸고 구름이 끊임없이 다른 모습으로 마술을 부리는 것을 허락한다. 자연의 공연을 만끽하며 내가 할 일은 그저 누워 눈을 뜨고 미소 짓는 것이다. 파란 하늘은 바로 내 옆에 있어 저 위까지 이어지니 나는 하늘이 된다. 존재를 그저 느끼는 자리,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시간, 그렇게 느릿느릿 시간을 퍼올린다.
매혹적인 인어에 홀려 많은 배들이 부서지고 흩어졌다는 로렐라이 언덕을 무심코 지나도 여전히 눈은 구름을 본다. 구름은 듣는 대로 모두 만들 줄 안다. 언덕도 만들고 인어도 만들고 부서져 떠나가는 배도 들려준다. 나는 잠시 슬픈 시간을 보듬다가 이내 놓아준다.
꽤 오래전, 지나가는 바람을 느끼고 떨어지는 구름을 안았던 그 라인강 유람선 위에서 나를 모두 펼쳐 그물을 만들어 시간을 끌어올린 6시간의 머무름은 나에게 수 백 수천 시간의 생명을 주었다.
여행을 가면 하늘이 보이는 곳에 몇 시간씩 누워 시간을 길어 온다. 매번 변하는 구름과 파도는 나의 위안이다. 시간을 벌어다 주는 나의 일꾼이기도 하다. 머무는 만큼 쌓이는 나의 생명의 씨앗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