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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Mar 22. 2024

고무줄 마음

0649

내가 가진 것 중에서 가장 탄력적인 것은 마음이다.


하루는 세상 모두를 끌어안을 것 같다가도

하루는 옹졸함이 똬리를 틀고 틈을 주지 않는다.


이 정도의 탄력을 가진 천이 존재한다면 손바닥만 한 크기만 있어도 킹콩에게 입힐 비키니를 요일별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마음이 이토록 옥수수 시세처럼 유동적이어서 어디다 쓸 수 있단 말인가. 옥수수는 그나마 콜라라도 만들 수 있지만 마음은 제대로 사용하려면 마음을 먹어야 한다.


먹어야 쓸 수 있는 마음의 아이러니.


마음은 넓을 때보다 좁아질 때 더 먹어야 한다.


마음의 파동은 수시로 0으로 수렴하고

성질의 파장은 줄곧 무한대로 발산한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은 제멋대로이고

늘 후회하면서도 마음은 천방지축 날뛴다.



생각은 웃으면서 마음은 꼬집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마음은 공부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


마음을 세상이라는 뜨거운 물에 자주 빨면 스웨터처럼 줄어들어 작아진다.


마음을 세상으로부터 멀리 두는 것이 처방이다.


아쉬운 대로 마음을 트렁크에 싣고 바다로 달려와 펼치니 제 본디 크기로 덩치를 부풀리기 시작한다.


마음을 지게에 싣고 산으로 기어 올라가 내려놓으니 스스로 몸을 추스르며 기지개를 켠다.


내가 너무 내 마음을 못 살게 굴었구나!


마음이 고무줄이 되니 몸이 새총이 되어 버렸다.


주변에 하찮은 상황에도 딱! 딱! 과녁을 겨눈다.


살면서 잘 써야 하는 게 돈보다 마음일 텐데.


마음이 들쭉날쭉해서야 어찌 규모 있는 일상을 꾸려 나갈 수 있을는지.


마음 공부방보다 마음 공작소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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