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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an 05. 2024

말랑한 고집

0572

주먹을 쥐자 상대는 더 큰 주먹을 쥔다.


주먹이 더 크다고 두려움이 작아지지는 않는다.


먼저 마련하지 않았기에 불안이 엄습한다.


두려운 상태가 더 불안할까

불안한 상태가 더 두려울까


한번 쥔 주먹은 스스로 풀기 어려운 구조다.

상대가 도와주고 개입해야 가능한 원리다.


이때 말 한마디 한마디가 교묘하다.

칼이었다가 꽃이었다가 변신을 반복한다.

꽃이 칼을 이기는 유일한 순간이다.


상대의 볼맨소리는 본질을 자꾸 가리기에 고집 사이의 연골을 잘 파악해야 한다.


어쩌면 의도의 반대편에 방치되어 있기도 해서 다툴수록 입보다 귀의 신경발달이 더 요긴하다.


들으면서 말의 뒷면을 자주 살펴야 한다.

나의 고집을 말랑하게 변형하기 위함이다.


https://brunch.co.kr/@voice4u/467


고집은 고수할 때보다 철회할 때 진가가 드러난다.


고집의 스위치는 상대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


내가 부린 것들은 페이크가 허다하다.


가짜를 움켜쥐고 있는 줄도 모르고 고집이라고 여기니 그 형세가 고집스러울 뿐이다.


고집은 말랑하게 소유해야 한다.


고집을 고집답게 사용하려면 유저 인터페이스(UI)를 신경 써야 쓸모를 놓치지 않는다.


고집의 오작동은 사용자를 해친다는 점이다.


굳게 잡고 지키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억지와 우김은 늘 고집의 장점을 가리고 지운다.


오전에 고집스러운 누군가와의 기나긴 통화를 마치고 나의 고집들을 방바닥에 늘어놓고 빤히 쳐다보았다.


https://brunch.co.kr/@voice4u/3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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