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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21. 2023

불안한 안도

0466

시시때때로 이런 순간이 온다.

불확실한 상황에서의 확실성이라든가

쓸모없는 것들의 쓸모라든가

화려하지 않은 눈부심이라든가

바쁘게 움직이는 게으름이라든가

미리 당겨 겪는 후회라든가

웃고 있으나 서글픈 심정이라든가

멀리 떠나온 곳에서의 낯익음이라든가

가까운 이에게서 느끼는 낯섦 같은.

지금 그렇다.

역설이 삶의 에센스인가.

안도함을 불안하게 느끼고 있다.

불안과는 다른 질감이다.

붉은 태양을 흙빛으로 바라보듯이 생경하다.

적나라한 것들은 똑바로 바라보기 힘들다.

비켜 바라본 것들은 다소 왜곡되고 굴절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독한 번역체의 긴 문장 같다.

시선을 왼쪽으로 두고 핸들을 오른쪽으로 돌리는 격이다.

갈 곳은 분명하나 내 마음은 정처 없다.

방향이 안전한 것이 불안과 다른 결이다.

그래서 나의 안도는 불안에 떨고 있는 것이다.

가면 되는데 걸음이 엉거주춤하다.

잠깐일 것이다.

시간이 떠미니 마음은 버팅긴다.

마음에게 제대로 허락받지 못한 행동들은 추후에 시도 때도 없이 추궁받는다.

이를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나의 스트레스는 현재보다 과거의 누적된 판단착오에 대한 반추가 적지 않다.

불안의 근원을 유추하자면 대체로 어정쩡한 채움에 있다.

채우면 만족하리라는 기대는 채우면서 무너진다.

채우면서 더 큰 공허를 실감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욕심내는 자신을 메타시선으로 보게 되니 누추함에 또다시 무너진다.

불안은 안심의 반대편이 아니다.

안도하는 불안은 없지만 불안한 상태의 안도는 분명 있다.

이 상태가 혼란스럽다.

자신만이 경험하는 세계이다.

게임체인저를 찾아야 한다.

놀랍게도 지금의 안도에서 멀리 떨어진 혼돈을 허물어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나비효과와는 다른 듯 비슷해 보인다.

나비의 날갯짓과 무관한 탓이다.

와이파이효과에 가깝다.

같은 심리적 영향권에서는 서로의 상태가 손을 잡고 있는 것 같다.


마음은 자주 마음잡지 못하고 철없이 방황한다.

늘 돌보지 않으면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 아닌 체 내 몸 안에서 알 수 없는 언어로 수시로 칭얼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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