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희수공원 Apr 01. 2024

그날 뭐 하니

지루한 건 싫어요

흔적 없이 우두커니 책상 위에 서 있기만 하던 전년 달력은 우연을 기대하는 나를 기쁘게 한다.


날짜는 반복되고 요일도 반복되니 이 활용 저 활용 재활용이 가능하다. 숫자만 떼어서 날짜 연습 교구로 쓰며 말하기 쓰기 특별한 날 고르기 게임을 한다.


매월 초가 되면 두 달이 겹치는 행사를 한다. 뒤적뒤적 작년 달력, 요일 맞춘 이번 달, 혼자서 키득거리며 올해 월 세팅다.


구질하다 손가락 까딱거려도 신경 쓰지 않는 대범함은 세상을 잘 살아내는 나의 지혜다.


내 친구 조카 지혜처럼 하나를 시키면 두 개 세 개 기쁘게 일한다. 지혜는 좋은 것이다. 지혜는 싹싹한 것이다.


가만 본다.


첫째 주 금요일, 작년 5월 5일 어린이날, 올해 4월 5일 식목일, 어린이날을 제대로 즐기려면 전년 동월에 나무를 정성껏 심어야 한다는 걸지도 모른다.


둘째 주 수요일, 작년 5월 10일은 유권자의 날, 올해 4월 10일은 22대 국회의원 선거다. 원래 선거하기 전년 동월은 유권자의 날로 정해 일 년간 정신 차리고 사람 잘 고르라는 메시지인가. 나는 유권자다.


셋째 주 금요일, 작년 5월 19일은 발명의 날, 올해 4월 19일은 곡우다. 봄비가 자주 내리고 곡식이 풍성해지고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르는 절기다. 봄비 내리는 날, 물오르는 나무 보면서 발명을 해도 좋겠어.


왠지 집중이 안되는 날, 정신을 붙들어 두고자 날짜 옆에 Today!! 라고 쓰고 보고 보고 또 본다. 정신 차리자.


오늘은 4월 1일 만우절이다. 재활용 달력 한 장, 거짓말일까.


하고픈 말 쌓고 쌓아 드디어 만우절, 가차없이 쌩 보내는 상쾌한 메시지다.


신나게 첨벙첨벙 메시지 보내며 놀다가, 마지막 한방으로 종료한다.


'UR 지뢰!'


You know what I mean?

알아 맞춰 봐!

매거진의 이전글 니가 봄이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