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종 머리 꼭대기의 1종, 보통 보통
오늘은 나의 자유를 갱신하는 날이다. 결과에 따라 암흑과 천국이다. 암흑은 상상도 안 해봤지만 막상 당일이 되니 벼랑 끝에 서 있는 것 같다. 천국은 나의 노말이다.
매일 들고 다니면서도 의식하지 못했던 숫자들을 헤어지기 직전에 빤히 바라본다. 숫자 바보로 살고 있지만 그간 나를 밝혀준 공로를 인정하며 빛나는 작은 플라스틱 카드에 촘촘한 숫자들에 집중한다.
나는 그냥 보통 사람이 아니고 보통 보통 사람이었구나. 보통 사람임에 틀림없다고 공인되어 있던 것을 여태 모르고 살았다. 마지막 날 알게 된 나의 정체성, 보통 보통이다.
자유를 얻은 공간과 시간을 지나 순서를 보니 그 해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자유를 얻어 갔나 보다. 검증번호 1번이라니 나는 꽤 믿을만한 사람일 거라는 추측을 한다. 믿거나 말거나다.
2번째 받은 작은 플라스틱 카드, 그럼 오늘 받게 될 끝자리 숫자는 3이 되는 거다. 내가 좋아하는 숫자 2와 3, 왠지 올해는 좋은 일이 많이 있을 것 같다.
다음 숫자들은 내가 세상에 나온 날, 나의 의사가 정해준 생물학적 성 정체성, 아버지께서 나를 이 세상에 첫 등록한 지역, 그날 출생신고 한 순서, 그리고 검증번호다. 나는 3번째 출생신고 되었구나. 검증번호 1번, Not bad.
살던 곳의 번지수와 동호수를 지나니 365일의 기간, 이 기간 내에 했어야 하는 것을 잊고 있었다. 2023년 내내 그리도 바빴던가. 새롭고 낯선 일들이 풍성했다는 것을 인정해야겠다. 그래야 과태료가 아깝지 않으니까.
작은 사진 아래의 숫자와 영문은 운전면허가 진짜인지 알아볼 때 넣은 코드란다. 마지막 날짜는 이 플라스틱 카드가 발급된 날일 것이다.
10년 넘게 내가 들어 있던 카드를 오늘 폐기하고 내년 오늘이 오면 제문(祭文) 유-세차(維歲次)를 조용히 읊조릴 만큼 세심하고 여유롭게 존재하게 되기를 바란다.
자동차는 나의 날개다 나의 자유다. Wish me luck~!
사진 출처 - 드라이브 마이 카 (2021), IMDB
주민등록번호 숫자 정보 출처 - Weekly H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