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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안한 사람이 되는 것인가
솔직한 사람이 되는 것인가
좋은 장소에 있는 것은
편안한 장소라는 것인가
편리한 장소라는 것인가
좋은 시간을 보낸다는 것은
빠르게 느낄 정도로 몰입한 상태인가
느리게 느낄 정도로 고요한 상태인가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쓰고 나서 내가 달라져야 하는가
읽고 나서 그가 달라져야 하는가
좋음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인가
지속적으로 나쁘지 않음인가
간헐적으로 미쁘기 때문인가
좋다는 말은 어디서부터 온 것일까.
생긴 모양은 왜 이리 귀엽기까지 하는가.
닿다처럼 아슬아슬하고
땋다처럼 꼼꼼해 보이고
빻다처럼 촘촘해 보이고
찧다처럼 섬세해 보이고
놓다처럼 가까워 보이고
좋다는 말이 없었다면 어떤 말이 좋은 상태를 대신할 수 있었을까.
조:타
'좋아'는
-그렇게 하는 것이 무난하겠네
-나는 유난스럽지 않을래
-너는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에 쏙 드니
-그런 조건이라면 어쩔 수 없지 뭐
-꼭 어려운 결정은 나보고 하라고 하더라. 너는 꼭!
나쁘지 않음에서 불순물들을 제거한 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가장 무수한 오해의 주석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오해가 소통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면 '좋아'만큼 유용한 말이 또 있을까.
'좋아'는 '싫어'보다 영리하고 야속하고 불량해 보이는 말이다.
가면이 없이 말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어서 '좋아'를 속없이 좋아할래야 좋아하기가 버겁다.
그래도 '좋아'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자주 쓰는 말이기도 하다.
가끔씩 쓰다 보면 '좋아'가 조화롭게 해 주고 사이를 한 뼘가량 좁혀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