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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치고써 May 01. 2024

우연히 보다

삼백 스물여섯 번째 글: 숫자 배열이......

원래 제가 신기한 걸 보고는 신기하다며 호들갑을 떠는 유형은 아닙니다. 어떤 경우엔 신경도 안 쓰고 넘어가곤 합니다. 사실 아무것도 아닌 일입니다. 그저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 특별하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것일 테니까요.


무슨 마음에 작가 소개란을 뜯어고치고 싶어 프로필 편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내내 마음에 걸리던 단어가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키워드로 설정한 '교사'와 '작가지망생', 둘 중에서 제 발목을 붙든 건 '작가지망생'이란 부분입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작가를 지망하는 건 맞지만, 이런 애매한 타이틀 하나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제 글쓰기에 방해가 되었다고나 할까요? 뭐, 이런 식입니다. 작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이 따위밖에 못 쓰냐고 말입니다. 누가 뭐라고 하는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글을 쓸 때마다 제 내면에서 늘 같은 말을 속삭이는 녀석이 있다는 게, 그것도 귀에 딱지가 앉도록 시비를 건다는 게 문제겠습니다. 내친김에 얼른 그 단어를 삭제했습니다. 속이 후련했습니다. 공공연하게 작가지망생이라고 하지 않았으니 글을 쓸 때에도 부담감은 확실히 줄어들 것 같습니다. 그때 우연히 이걸 봤습니다.

솔직히 제가 생각해도 나름은 참 열심히도 글을 썼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간의 아주 짧은 이력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갑니다.


2023년 6월 9일, 메일을 받고 처음 이곳에 왔습니다. 아직 1년이 채 안 되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틈 날 때마다 이곳에 글을 썼습니다. 누가 보든 말든, 하는 것도 신경 쓰지 않았습니다. 마치 새로 장만한 멋들어진 책꽂이에 제 책을 차곡차곡 꽂아두듯 글 한 편 한 편을 이곳에 남겨 놓았습니다. 제가 어딜 가서 이만한 글쓰기 플랫폼을 구할 수 있을까요? 분명한 건 이 공간은 제게 또 다른 신세계라는 점입니다.


11개월 남짓한 기간에 쓴 1212편의 글을 일일이 읽어볼 수는 없습니다. 어떤 글이 가장 잘 쓴 것인지, 어떤 게 가장 형편없는지도 모릅니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간에 제가 쓴 글들은 이 세상에 둘도 없이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 글의 최초의 독자이면서 최후의 독자이기도 한 제가, 제 글을 아끼지 않으면 누가 소중하게 생각할까요?


쓰기 싫었던 순간도 있었고, 다음 문장이 떠오르지 않아 몇 번이고 썼다 지웠다를 반복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글이 잘 풀리는 날엔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한 마음도 가졌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달려왔습니다.

아주 작은 목표 하나 세워 봅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2000편의 글을 써 보는 것입니다. 할 수 있다 없다를 떠나 열심히 쓰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사진 출처: 글 작성자 본인이 직접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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