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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Jun 05. 2024

빛이 드는 창 /bitʂidɨnuntʂaŋ/

13주차 - 아름다운 긴장을 위한 마지막 부교재 피드백

녹음실 창문을 통해 밖을 보면서 내는 목소리는 그 외부의 영향을 받을까?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시간을 혼자 가만히 바라 보다가 한 학생의 메모를 읽게 되었다. 부교재 한 페이지 한 편에 짧은 문장 뒤 수줍게 달려있던 의문 부호가 신선했다. 정말 궁금하구나. 턱을 고이며 골똘한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의 외국인 학생이다. 예의 바른 질문과 제안, 언제나 집중하는 학생이다.


나는 이내 한쪽 벽 전체가 창인 큰 투명함을 지나 목소리를 떨리게 할 바람을 바라보는 상상을 한다.


마지막 피드백을 위해 두 개 주제를 읽고 바라보고 생각하며 여백에 메모를 해오도록 한 과제였다.


'장소와 공간감, ' 그리고 '아름다운 긴장'은 지금까지 다루어 온 논의들과 현재 학생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명확하게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내용들이라 여겼다.


가치와 기억을 담은 이야기가 있는 곳, 구체적인 공간이 시간으로 채워진다. 상상의 공간(space)이 아닌 구체적 공간(place)이라고 확정한다. 학생들이 평생 그들의 가치를 채우며 같이 가야 할 공간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다. 같은 공간 내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따라 대상의 위치에 따라 심리적인 영향도 다를 것이다.


아마 그 쯤에서 궁금한 것이었으리라. 창문 밖으로 머무는 시선을 가진 목소리를 상상했을 그녀를 생각하며 나는 어느새 그녀와 같이 걷고 있었다. 당연히 그렇지 않을까? 눈으로 들어오는 빛을 따라, 그리고 그 빛이 내려앉는 깊이에 따라 목소리의 긴장도 달라질 것이다.


학생들은 여전히 이 부교재를 '성우'라는 테두리에서 다루려고 하지만 나는 항상 그들이 가질 미래로 성우라는 명사를 바꾸라고 요구한다. 더 다각적으로 생각하는 시도는 언제나 필요하다.


학생들이 제출한 부교재의 다양한 메모들을 읽다 보니 학생 숫자만큼의 창이 아니라 학생들이 한 메모만큼의 창들이 나를 향해 열리는 것 같았다. 오, 그렇구나. 아, 이렇게 생각했구나. 새로운 길을 향한 모험을 시작한 학생들에게 감동한다.


빛이 들어오는 수많은 창을 마주하고 있다.



기초인문과학 교양이라더니 어디가 기초니? 어디가 인문과학의 핵심인 거야?


인문학의 한 부분으로 여겨지는 철학, 그 기초를 들여다보면서 인간의 존재 가치와 이유를 실제 학생들의 미래와 연계하는 시도가 나만의 욕심이면 어쩌나 하는 고민을 처음부터 안고 있었다.


그런 개념을 예술의 영역까지 끌고 올라가려는 '성우의 언어'라는 부교재가 작은 크기로 큰 철학을 압축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의 최후의 강의라 생각하며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다.


이제 마지막 강의와 기말고사를 앞두고 있다. 많이 어렵다는 학생들의 평가에 따라 시험 문항의 조정과 범위 지정을 했다. 문항 종류에 따라 각 장의 핵심을 뽑아내 고찰하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잘 마무리하게되길 바란다.



▣ 강의 계획 드래프트: 주차-교재-부교재-주제-질문

▣ 14주 차 수업 - 언어와 사회, 언어와 심리 강의 및 발표 3건의 균형 배치 / 통사론 II 우수보고서 공지 / 의미론 수업 활동 피드백(석의문, 수반문, 모순문) / 퀴즈-3 별도 실시 / 철학과 인문학 논문 결론 개별 고찰 및 보고 / 15주 차 기말고사 형식 공지

IPA(국제음성기호) 키보드 등 소리 전사 및 발음 자료

1. IPA 기호(이미지) - 영어 자료 / 한국어 번역 자료

2. International Phonetic Alphabet(IPA) Keyboard: https://www.internationalphoneticalphabet.org/html-ipa-keyboard-v1/keyboard/

3. IPA Reader: http://ipa-reader.x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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