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x0x0=0
아버지는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다. 결국 혼자인 거야. 아무에게도 눈길조차 주지 마라. 동정,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마. 민폐는 죄악이야. 삶이란 혼자서 유유히 뚜벅뚜벅 가는 거지. 그렇게 믿고 살았다.
아버지가 틀리셨다는 거 아시죠? 이승의 마지막 숨에서 제게 그러셨죠. 혼자서 사는 건 아닌 거 같더라... 그게 뭐예요. 전 이미 자라고 때 묻고 피로하고 시작보다 끝이 더 가까울 만큼 살았다고요!
다시 시작한다. 그렇게라도 남은 아버지의 말씀을 큰 다행으로 여긴다. 아버지의 주르륵 하나씩 나열된 제로의 곱하기가, 색이 더 진해진 겹겹의 더하기 제로로 가슴에 들어앉는다.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빈 것처럼 보이는 인생이란 것을 뒤늦게 깨닫고 전율한다.
제로(zero)는 제로(지이알오)다.
공(空)은 공(功)이다.
영(0)은 영(靈)이다.
허(虛)는 허(許)다.
없다고 여겼던 것들은 스스로 살을 돋우며 채우려는 갈증을 향해 나간다.
쿰! ܩܘܡܝ! qumi! κουμ! rise! 일어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