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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Jun 30. 2024

올해의 뒷면

0749

한 해가 한 장의 백지라면 앞면을 다 채웠다.


촘촘하고 빠듯하고 다채롭고 귀한 순간들이었다.


내일부터 한해의 뒷면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연초와는 달리 이면지를 받아 들 때의 기분이 된다.


이미 펜으로 눌린 자리가 울퉁불퉁하고 구겨진 면.


잉크로 쓴 글자가 비치기도 하고 구멍도 나 있다.


시간이 지나면 평평해지고 이면이 메인이 된다.


새로운 낡음이 있고
오래된 시도가 있고

다시 부풀어 오르는 계획들이 앞다투어 자리한다.


올해의 앞면이 채움에 집중했다면

올해의 뒷면은 비움에 우선하리라

마침 이를 축하할 빌미가 필요했는데 하나의 막을 내려줄 전국장마클럽의 활약이 본격 시작되었고

그간의 고민들을 낚아 폐기할 밤낚시같은 휴일이 한해의 뒷장전날이니 이 얼마나 퍼펙트 데이인가!


한해의 전반부를 뜨겁게 연주하더니 후반부를 맞이하기 전에 냉정하게 식히는 비가 절묘하다.


무엇으로 살아갈까

어떤 욕심들을 거세시킬까

어느 꾸준함들에 어부바해줄까


마음대로 되는 건 아무것도 없겠지만

마음먹은 것들은 어김없이 달려든다.


항상성과 도발력이 비례했으면 좋겠다.


여전히 나만의 보폭과 리듬에 집중하기를 바란다.


타인은 위대하나 이미테이션하지 않을 것이며

타인은 월등하나 레퍼런스조차도 않을 것이다.


고전의 신세는 불가피할 것이고

태고적 지혜에 귀기울일 것이다.


올해의 뒷면은 한없이
투명하고 가벼웁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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