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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는 것은 천천히 걸음을 걷는 것과 같아서 짧은 구간에서는 차이를 못 느낀다.
잠시 후 돌아보면 너무 멀리 떠나와 있다.
그런 걸음들이 모여 올해의 절반에 도착했다.
이정표도 없고 가이드도 없는 길을 걸어가고 있다.
작디작은 목표들을 나침반으로 삼아 묵묵히 걸어갈 뿐이다.
늘 마침표나 쉼표의 지점에서는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게 된다.
길은 자꾸 걷다 보면 익숙해지기도 하고 지름길도 알게 되는데 사는 건 그렇지 못하다.
살아도 살아도 낯설고 서툴다.
사는 것을 경험이라고 하는데 나의 경험들은 죄다 어디 가져다 내다 팔지도 못하는 풋과일들 뿐이다.
철이 들어야 한다는데 철을 들 기운조차 갈수록 사라진다.
걸어온 만큼 딱 그만큼만 가면 올해의 끝에 서게 될 것이다.
항상 두 번 같은 길을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을 만큼 사는 사는 삶이 최선이라 여겼다.
이제껏 그렇게 살았는지 의구심이 든다.
아무튼 한 번 만회할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너무 각오하면 이내 부러진다.
하반기에도 글쓰기가 끊임없었으면 좋겠다.
책장에 어지럽게 꽂혀 있는 책들을 솎아내고 양서만 가지런히 소장했으면 좋겠다.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 이타적 생각과 행동을 더 적극적으로 실천했으면 좋겠다.
얼굴에서 입은 쉬게 하고 귀를 더 부지런히 사용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건강을 정적인 음식섭취에서보다는 동적인 운동에서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지금도 게으르지만 더 창의적인 의미에서 게으름이 가능했으면 좋겠다.
연구주제로 정해놓은 공부를 마무리하는 하반기였으면 좋겠다.
타인에게 관대하고 나 자신에게 더 가혹했으면 좋겠다.
꿈꾸는 것이 망상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낙수처럼 살겠다.
가장 여린 모습으로 끈질기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