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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01. 2024

글. 말. 마음. 몸

어떤 그리움 

어떤 때 

끄적임조차 하지 못하는 날 

고 싶은 말이 있지만 

거칠게 입안에 상처만 낸다 

다 토해 글이 되면 

격정의 시가 될까 봐 

걱정의 현실을 마주할까 봐 

불안해서 그런가 보다 

우그럭 퍽퍽퍽 

입 안에서만 맴돌며 

문을 두드린다 


어떤 날 

말을 하고 나서 

마음이 더 답답할 때 

소리를 입혀 입체적이니 

더 잘 전해졌으리라는 건 

나의 어리숙함이다 

거기에 오해라도 있으면 

관계 사이에 생기는 큰 물웅덩이 

저지른 황톳물에 먼저 발을 디딜 용기 

글로 대신할까 하다가 마음을 접는다 

관계 하나가 물 건너간다 


어떤 순간 

마음을 전하고 싶어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리다 

메시지도 보내지 못해 

전화도 하지 못해 

톡도 못 보내고 

마음을 냉동으로 얼린다 

괜히 뜬금없을까 손을 놓고 

괜히 오해할까 먼산을 보고 

지금이 아닌가 질끈 감은 눈 

사람과 친구와 나를 그린다  


어떤 온도 

화들짝 이마를 짚는다 

글도 못써 말도 못 해 마음도 접어 

몸에 남은 증상은 혼자 앓는다   

이성의 뇌 눈물 고여 두통이 되고 

뜨거운 가슴 얼리며 괜찮다 한다

마음앓이 몸으로 열병이 되면 

뜨거운 눈 손에 들고 구토를 참고 

휘휘 돌아 어지럼증 토닥토닥 해  

행여라도 띠리릭 연락이 오면 

세상 가장 명랑 쾌활 

내가 아닌 나 


그리운 너 

그리운 너 

진짜 나 

진짜 나 


어디

(에) 있니?

(니) 거기?

(가) 좋아?

(서)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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