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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Aug 14. 2023

[책] Interpreter of Maladies

원서 표제: '질병의 통역사', 한국어 번역서 표제: '축복받은 집'

Jhumpa Lahiri의 원서 제목인 '질병의 통역사'를 한국어 번역서 표제인 '축복받은 집'으로 한 것은 문화적 친밀감을 이유로 한국 독자들을 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질병을 통역하는 장면보다 집에 대한 애착과 향수를 담고 있는 문화가 한국적일 테니까. 그 집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든 말이다. 


Interpreter of Maladies에서 This Blessed House로 바꾼 표지 제목, 느낌도 다르다. 표지 삽화도 다르다. 나는 한 단어의 철자, 액센트, 구의 형성, 의미를 녹여내는 소리와 리듬에 온 집중 하여 표지 글자 하나하나를 따로 느껴보고 읽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상한 배신감이 들었다. 


원서 표지 삽화와 영어 제목만 먼저 보고 읽기를 마쳤다면, 원서 표지의 검정과 주황, 올리브 그린이 지저분하게 뭉쳐 섞여있는 저 경계가 우리의 신경을 거슬리는 깨우침의 충격을 잘 표현했구나 했을 것이다. 원서 표지에 눈길이 갈 때마다 한국어 번역서 표지의 집까지 겹쳐져 산만함이 더해졌다. 


표지의 큰 괴리, 의도된 것일까.  

오늘은 무엇을 참아냈는가. 


2인칭 상대를 보고 서 있지만 서로 허황된 관계를 상상해 내는 우리 각자의 모습, 정상적인 해피엔딩 같지만 이미 부도덕의 늪에서 애써 웃고 있다. 수습할 필요도 능력도 없는 우리는, 모르면 모르는 대로 행복하고 또 알면 아는 대로 견디며 살아내야 하는 것이다. 


아무도 가까이 들여다보려 하지 않지만 바로 내가 겪는, 또는 겪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선택의 찰나에 하나의 뇌로, 두 개의 손으로, 결국에는 마음이 결정하는 그런 방향이라면 끝까지 나는 나를 지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으면 심연으로 무너질게 뻔하니까 말이다. 


감성과 이성을 내려놓고 하게 되는 물리적인 손의 선택은 남은 삶을 후회와 회한으로 보내게 할까. 위태로운 줄타기가 계속되는 시간의 합, 삶이다.


단편 아홉 개중 네 편에 대한 소회를 기록해 둔다. 하나의 단편 전체를 아우른다기보다 어떤 순간에 대한 느낌에 가깝다. 스멀스멀 벗겨지는 본능, 다름 아닌 나의 그것이다. 

https://en.wikipedia.org/wiki/Interpreter_of_Maladies

Interpreter of Maladies(질병 통역사), 근근이 참아내야 하는 현실을 직시해 가면서 한쪽 가슴이 삭아내리는 거 같았다. 그렇게 자신을 견뎌야 하는 것은 형벌일까. 혹은 현실을 무감각하게라도 견뎌야 해서 아무 방향으로나 일단 자신을 내동댕이 치며 사는 건가. 


찰나의 충격, 생의 곳곳에 박힌 부조리함을 들여다보며 나는 도덕적으로 안전한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Sexy(섹시), 미지의 유혹을 향해 던지는 어른들의 말, 그 유혹의 의미를 모른 채 날 것 그대로의 비수를 던질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외로움을 방어하며 덮어 왔던 현실이 한 마디 천진함에 그대로 본연의 상처로 드러나는 시간이다. 


상처의 되새김이 살아가야 할 방향을 알려준다고 믿는 나, 일단 다독여 둔다. 


This Blessed House(축복받은 집), 자유의 한계, 다독임의 한계, 나를 포기할 수 있는 정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자신만의 공간이 허락된다면 그 쯤이야 하고 호기를 부리다가도, 내 피부에 밀착될 만큼 가까운 그 싫음을 어떻게 분해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소리 없는 비명이 속절없이 계속되어야 한다면 그건 비극이다. 무의지의 삶이다.


The treatment of Bibi Haldar(비비 할다르의 치료), 내면의 삶과 보이는 삶은 다를 수 있다. 허락하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허락된 사람들을 받아들여 기어코 자기 삶을 완성해 내는 질기고 질긴 자기애에 눈물이 났다. 


가장 따뜻하고 완벽하게, 절대 무너져서는 안 될 그 사랑을 위해 만들 수 있는 무적의 요새, 그녀의 자기애, 바로 그게 삶인 거다. 



그리운 고전문학감상(CLAP, Classical Literature APpreciation) 북클럽에 바침


#라라크루5기 (1-7) #라라라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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