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작하는 일을 하는 첫날에는 많이 일찍 나선다. 서너 번쯤 점점 시간과 그 부담을 밀당하며 대체로 편안한 시간과 공간에 안주하게 된다.
처음 가는 곳, 그곳 주변의 카페 오픈 시간이나 도서관 이용 시간을 꼼꼼하게 살펴보며 마음이 들뜬다.
거기서부터 시작이다.
6시에 집을 나선다. 25분을 달려 도착한 곳에는 2시간 35분이라는 여유가 기다린다.
나무 그늘을 돌며 아침 산책을 하기도 하고, 아들러 한 챕터를 읽을 수도 있다. 글감이 퍼뜩 떠오르면 싱싱한 엽편소설 한 편을 쓰기도 한다. 상상으로 시작하는 하루의 단추가 잘 꿰어지며 즐겁다.
6시 10분에 시동을 건다. 40분쯤 시간을 달리면 늦게 나온 10분에 15분이 더 걸렸으니 교통체증 시간에서 여유 부린 시간을 빼면 5분의 체증이다.
라디오 클래식 한 곡에 그 5분을 바치고, 도착지에서의 2시간 20분을 알뜰살뜰 즐긴다. 글쓰기, 책 읽기, 모닝커피의 여유가 여전히 행복한 하루의 시작이다.
6시 30분에 집을 나서며 그간의 경험으로 45분쯤 걸리려나? 그래도 여유 시간 행복하겠다 상상하다가 한 시간이 넘게 도로 위에 우왕좌왕 결국 1시간 30분쯤 지날 때쯤에는 머릿속에 불이 붙으며 연기가 난다.
라디오 한 시간에 진행자가 바뀌면 두 개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들은 것 마냥 마음도 산란히 정체한다. 도착지 남은 시간이 한 시간 미만이면 괜한 불안에 새로운 시작을 하지 못한다. 여유가 풋! 사라지고 마는 그 순간, 울먹이며 좌절한다.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는 시간은 완만하다가 눈 한번 깜빡하면 급경사로 치닫는다.
밀도에 피곤한 거보다 이른 시작의 큰 여유를 선택하기로 한다.
6시에 나서나
6시 10분에 나오나
6시 20분에 출발하나
6시 30분에 시동을 켜나
10분, 20분, 30분쯤만 늦어 꼭 그만큼의 여유만 아쉬울 것 같지만 실상은 기하급수적인 피곤과 조급의 상승이 아침살이를 점령한다.
늦장 한 번에 늦게 도착하고
늦장 두 번에 늦늦늦게 다다르며
늦장 세 번에 모든 여유가 산화한다.
그래서 나는 많이 일찍 시작한다. 나의 여유는 매일 나를 새롭게 살게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