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아서 플렉
영화, Joker-Folie à Deux, 2024
[no 스포일러는 없다]
조커 Joker
조커: 폴리 아 되 Joker-Folie à Deux
파리 한 마리 죽이지 못할 순수하고 선한 사람이 다섯 명의 사람을 죽였다.
앞 '사람'과 뒷 '사람'들은 같은 모양 같은 의미 같은 색의 사람일까.
성선설과 성악설, 피의 대결이다.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가.
이긴 자가 머무는 곳, 더럽고 어두운 감옥이 아닌 곳은 밝고 깨끗한가.
승과 패를 따지는 세상, 죽인 자와 죽은 자가 갈라지는 세상이다.
깃발을 든 자는 폭행을 가하고 창에 꽂힌 자는 사람을 죽였다. 이들 모두 세상이 용납하는 자들이었던가.
지키는 자는 진저리 치며 웃고 갇힌 자는 농담하며 담배 연기로 자유롭다. 진저리 치는 자와 농담하는 자 중에 누가 더 행복한가.
긴장하는 간수와 도모하는 죄수, 누가 더 열정적인가.
비열한 그녀와 비굴한 소시민, 누가 더 잘 살고 있는가.
미친 척하는 정신병자와 멀쩡한 정신 병동을 채우며 진정한 자신이 되려는 자를 혼동하는 세상은 아닐까.
용기도 없으면서 가면 뒤에 숨는 비겁함과 용기 따위는 필요하지 않은 원래 모습 그대로의 비장함이 겨룬다.
그가 서 있는 곳을 뺀 나머지 세상 어디쯤에 고결하게 서서 그를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던 않는 그리고 않을 두려움을 읽는다.
나, 아서 플렉.
그렇게 말할 용기를 쌓으러 다시 시작한다.
개천절날 새로운 세상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