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들이 소홀해지고 멀어지고 사라지는 시간을 산다. 각각 회색 시멘트 안에 골몰하며 전기 콘센트와 배터리에 의지하며 생명을 잇는다.
정전이 되면 끊기는 관계들, 배터리가 방전되면 힘 빠지는 관계들이 오히려 더 명랑하다. AI가 가져간 지루한 반복들, 그런 그런 작업들을 모두 맡기고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번쩍이며 지나가는 찰나의 짤들에 짧은 웃음을 흘리며 블루라이트를 마주할 건지, 그다음 논의를 위해 여행이나 영화를 예약하고 책을 뒤적이며 행복할 건지는 나의 삶의 태도와 질을 결정하는 선택이다.
읽고 토론하고 배우며 삶의 가치와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들과 얼굴 맞대고 나누는 삶을 지향한다.
언어와 문화를 같이 배운다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요즘 향유되고 있는 시간들을 간파한다. 이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을까. 이들은 어떻게 성장하고 있을까.
만났던 사람을 다시 보기도 하지만 보통 매번 낯선 사람들의 새로운 다이내믹으로 분위기가 신선하다. 다른 나라에서 온 멤버가 있는 날이면 토론이 더 진하다. 그래서 더 흥미로운 세상이다.
뉴스거리를 읽고 자신의 경험과 의견을 내고 공감하며 새로 알아가는 즐거움이 크지만 그날의 멤버 구성에 따라 좌절하는 경우도 있다. 배려 없는 사람들은 어디나 있는가 보다.
주제 이외의 샛길로 빠지면 자본주의 꼰대적 잣대로 모임 시간을 주도하는 사람이 있다. 꽤 오래 모임에 나가면서 테이블에 앉으며 전투태세가 되기도 한다. 아, 오늘은 어디서 샐 것인가.
채용할 때 외모를 중요시한다는 씨이오, 연애할 땐 외제차가 최고라는 사람, 학교는 어디 나왔냐 일은 뭐 하냐 연봉은 얼마냐 시시콜콜 관심 갖는 멤버에 '그런 게 우리 토론에 도움이 될까' 주제 돌리며 씁쓸하다.
그러다 성희롱으로 망신당한다
뚜벅이라고 안 만나주는 그런 인간은 만날 가치도 없다
출신 학교보다 원하는 만큼 스스로 잘 배워서 지금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느냐가 중요한 거 아닌가
일을 한다는 가치는 상대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태도에 따라 모두 다른 거라 생각한다
당신의 연봉이 얼마면 지금 행복할까
남자는 어때야 하고 여자는 어때야 하고, 외모로 침 튀기는 사람에게 맞짱 한번 뜨고 나니 그 이후 다시 만나도 눈 한번 마주치지 않는다. 나는 그의 옆에 앉아 웃으며 계속 텔레파시를 보낸다.
너 다시 한번 더 그러면 알지?
맞짱 사건 모임에 같이 있었던 멤버들이 오면 그들의 긴장을 읽는다. 그걸 또 잘 풀어 나가야 하는 게 사회생활이려니 한다.
오늘도 그가 떡하니 앉아 있겠지, 유훗!
사회생활을 잘하고 싶은데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