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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수공원 Nov 17. 2024

'컵'할 거예요

꿈꾸는 낭송 공작소 북토크, November 2024

컵, cup이었다.

굿즈도 컵이었고 마음도 cup이었다.

그 마음을 뜨겁게 실현할 단어도 cup이었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컵은 담는 용기, container이다. 하지만 마음을 담는 용기, courage일지도 모른다. 어떤 관계에서든 서로 담아내지 않으면 허무의 강이 흐르고 만다.


영어 단어, cup이라는 말은 무엇을 담는 기구라는 의미도 있지만 서술하는 말로써 손으로 무언가를 둥글게 감싸다는 의미도 있다.


I gently cupped her face in my hands and kissed her forehead.

나는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그녀의 이마에 키스를 했다.


나와 그녀는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고 엄마와 딸아이일 수도 있다. 상상을 하며 온기를 오래 느낀다. 마음이 하나도 닿지 않으면 결코 할 수 없는 부드러움과 손의 감촉, 그리고 이마와 키스다.


우리는 그런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마음의 용기, container에 더 커진 용기, courage를 담았다.


2024년 11번째 북토크, 11월의 주제는 '시시해지지 않기 위하여'였다.


북토크, 굿즈 컵의 라떼, 예원과 선영


시낭송을 하면서 등 돌아 있던 타인에 대한 이해심이 넓어졌다고 했다. 살아가는 세월의 지혜와 함께 자신의 삶을 기꺼이 담아내는 시낭송을 통해 마음도 자라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을 표정과 목소리가 조근조근 알려주고 있었다.


감동을 전하는 얼굴은 기뻐서 웃는 얼굴이나 자부심에 뿌듯해하는 얼굴과는 분위기도 근육의 미세한 떨림도 다르다.


수줍은 듯 마음이 상대에게 달려가 이내 말을 전하고 돌아와 다시 그의 말을 그녀의 눈으로 전하는 거다. 손을 모으거나 고개를 흔들 때마다 감동이 낙엽처럼 우수수 날린다. 가을의 감동이 깊다.


잠시 뿌리친 아이를 향해 두 손을 내밀며 항상 거기에 있을 거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귀 기울이며 기다린다는 마음은 결국 닿게 된다.


너무 정석으로 다가가면 서로 숨 가쁘고 지칠 수 있으니 정석을 모두 익혔다면 그다음은 그 정석을 모두 잊어야 한다는 작가의 다정한 메시지가 여전히 여운이 깊다.


후회라는 건 자신을 괴롭히는 것 같아도 실제는 어루만지는 것이며 자신을 다그치면서도 결국 스스로의 눈물을 닦아주려는 것(p.204)이라는 말이 위로와 맞닿아 있었다. 자신을 너무 괴롭히거나 다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모두의 바람의 잘 전해졌으면 좋겠다.


가족을 걱정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독자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작가에게 귀 기울이는 우리 하나하나는 지금까지, 그리고 지금, 또한 앞으로도 계속 가장 숭고하고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이리라. 꿈꾸는 낭송 공작소의 시낭송 수업을 마치고 감사하며 기뻐하는 노인의 그러한 심정이 내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가슴이 막히고 쓰라리고 답답할 때는 자신을 장 느린 시간으로 잡아 두고 거리를 두고 지켜봐 주는 힘도 필요하다는 말을 균형을 잃지 않으려는 시낭송하는 소년을 통해 배우고 익힌다.


너무 엉켜 서로에게 상처를 주기보다는 때로는 거리를 두고 바라보고만 있어도 치유하며 조금씩 서로를 향해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얻을 것이다.


그때 두 손을 다정히 모아 그의 얼굴을, 내 아이의 얼굴을, 또는 내 마음의 얼굴을 부드럽게 감싸 쥐고 뜨거운 입술로 이마에 사랑이라는 온기를 오래오래 남기게 될 것이다.


우리는 제대로 된 방향을 향해 서 있는 중이다. 진심의 '컵, cup'을 하는 우리는 시시해지지 않는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과 같이 읽고 생각하고 신나게 게임하며 배우는 책 두 권을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어 영광이었다.


이숲오 작가님, 박선영 작가님 감사합니다. 귀한 책의 공저자 예원 양에게도 감사 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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