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모이는 주말은 으레 그랬다. 10시에 잠자러 가지 못한다. 그래도 7시간을 채우곤 했는데, 11시 30분에 누워 새벽 2시 30분에 눈을 떴다. 엊저녁에 본 오펜하이머에서 아직 빠져나오지 못했기 때문인지, 아이와 마주 앉아 얘기하며 무의식적으로 야식을 한 때문인지 모르겠다.
다른 작가님께 4시간 30분 잠은 너무 부족하니 건강 챙기시라 바로 전날 메시지를 남겼었는데, 나는 오늘 하루이니 관대하게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문을 빼꼼히 살살 열고 내 방문 앞 자동 센서등이 들어오지 않도록 뒤꿈치를 한껏 들고 주방으로 갔다.
지금 커피를 마시면, 하고 멈칫했다. 새벽에 눈뜨자마자 마시는 블랙커피는 내 몸속을 타고 돌아다니며 구석구석을 깨운다. 일출의 경이를 몸 속을 휘도는 커피로 느끼는 새벽을 사랑한다.
쓰고 싶은데 어떻게 시작할지 막막했던 글을 한 줄 시작했다. 브런치를 뒤져가며 인상 깊었던 작가님들의 글 형식을 보면서 내가 써 나갈 글을 가늠해 본다. 시작하고 다듬고 끝을 생각한다. 겨우 한 줄 써두고 다듬고 또 다듬는다. 한 글자가 담은 감정이, 오래 남을 그 감성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한 줄로 하루 글쓰기를 한다.
간신히 한 줄에서 빠져나와 작가님들을 읽었다. 정신없이 풍덩 들어온 매거진을 돌면서, 읽지 못했던 글들, 읽고서도 어쩐지 지나쳐버린 글들을 다시 읽었다. 새벽 여유로 받는 선물이다. 댓글을 하면서 이어지는 느낌이 참 좋다. 일방적이라도, 제가 작가님 글을 읽고 공감한 부분들 내려놓고 갑니다, 그런 차분한 소통이 좋다.
그러다 문득 이 새벽에 혹시 알림이 가는 건 아닐까. 주말의 느려터지게 여유 부려야 할 달콤함에 이 새벽 댓글이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닐까 잠깐 고민해 본다. 벌컥 켜지는 자동 센서등처럼 무례한 알람이면 어쩌지? 해가 뜰 때쯤 느릿느릿 닿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남기던 댓글을 마친다.
브런치를 연습한다. 문득 생각나는 글을 찾기 위해서는 어떤 버튼을 누르며 가야 하는지 금방 눌렀던 버튼을 기억해둔다. 한 작가의 여러 글의 흐름에서 삶의 태도와 방향을 읽는다. 내게 돌아오는 영감을 읽는다. 글을 쓰러 브런치에 왔는데, 읽으며 얻는 것들이 상상하던 것보다 무척 풍성해서 감사하고 기쁜 시간들이다.
남은 새벽은 책을 읽기로 한다. 식어버린 커피도 하나의 감성이 되는 새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