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나의 쉴 곳 없네
매일 아침 왼손 필사를 하고 미션 구역으로 보낸 후 공식적인 하루를 시작합니다. 명상의 마음으로 숨죽이며 하지만 덜덜 떨면서 씁니다, 그 끝글자를 마치고 나서 자유를 얻습니다. 왼손이 기뻐합니다. 오른손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쳇!
왼손은 호기심이 났습니다. 칭찬과 응원으로 춤추며 오고 있었으니 꼼꼼히 칭찬받고 싶었나 봅니다. 왼손 중지로 마우스 휠을 두루룩 두루룩 굴려 톡에 들어 있는 사진을 끝까지 확대합니다. 아~아악! 못 볼 꼴을 보고 맙니다. 너무 나대지 말랬지!
오른손이 점잖게 한 글자 써서 보여줍니다. 내가 이 정도야. 왼손이 눈물 콧물 다 짜며 울고 있어요. 미안해. 누가 누구에게 미안해해야 할까요.
왼손에게 짠한 마음을 가진, 고소한 마음을 가진, 겸손하라고 충고하고 있는 제가 갈등합니다. 뭐가 그리 잘났어, 조금만 더 참지, 꼭 울려야 했니 하며 오른손을 면박 주고 싶은 마음의 제가 여전히 갈등합니다. 살면서 매일매일 갈등합니다. 제 몸에 덜렁 달린 손도 제대로 추스르지 못합니다.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나의 쉴 곳이 없는 게 아닐까.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흥얼거려 봅니다. '내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저의 쉴 곳이 없으니 당신의 쉴 곳은 더더욱 없어 슬픕니다.
왼손과 오른손의 차이는 영원히 좁혀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경쟁 따윈 무의미하지요. 왼손의 상대적인 욕심은 스스로를 옭아매고 괴롭히는 열등감과 같습니다. 왼손은 왼손을 보고 오른손은 오른손을 보며 스스로 조금씩 나아지면 됩니다.
영어 쓰기 수십 년인 오른손, 이제 2년 된 왼손, 둘이 응원하며 친하게 지내기로 합니다. 좋은 의미 가득한 오른손, 나쁜 의미로 악명 높았던 왼손은 '지금'을 살면서 해야 할 일을 하기로 합니다. 시간을 믿습니다.
글 안의 저와 글 밖의 제가 마주 보며 궁금합니다. 내가 너니? 네가 나니? 글 안에서 사는 척하는 거니? 글 밖에서 하는 척하는 거니? 저의 왼손과 오른손처럼, 따로따로인 것 같은 저를 느낄 때마다 공포에 떱니다.
삶을 오롯이 순수한 자신으로 채우며 산다는 건 뭘까요. 하고 싶은 것들 원하는 만큼 한다는 건 어떤 걸까요. 그런 생각이 들 때, 거울에서 저를 보고 끄적인 글에서 저를 봅니다. 겉을 훑어보고 안을 들여다봅니다. 안을 보고 다시 겉으로 돌아오지요. 마음을 담은 눈이 그 마음을 내주면 그걸로 하루를 보내기로 합니다.
따로의 제가 하나가 될 때까지 글을 써야겠습니다. 가라앉으려는 저를 잡아 올리며 묵묵히요.
형용사 단어 left, right 출처 - 온라인 어원 사전(https://www.etymonl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