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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숲오 eSOOPo Sep 02. 2023

어설픈 주말

0447

주말은 몸에 잘 맞는 슈트 같아야 한다고 생각한 때가 있었다.

주중의 시간들이 타인의 옷을 빌려 입은 듯 생활한 것 같아서다.

하루만큼은 나의 몸과 일치하는 고유의 시간을 나답게 향유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부터 주말은 헐렁한 추리닝 같은 것이 낫다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주말은 치밀함보다는 어설픈 것이 어울렸다.

계획되지 않은 허술함이 주말다웠다.

거기에는 오밀조밀한 우연의 틈새들이 별처럼 박혀 있었다.


오늘은 나를 온전히 흐지부지할래요


일에서는 용납할 수 없지만 쉴 때만큼은 '흐지부지'라는 말이 좋았다.

흐지부지의 친구는 흐리멍덩인데 형제간일지도 모를 일이다.

무언가 경계를 가지지 않는 모습에다가 끝과 시작을 강요당하지 않는 형상이 마음에 든다.

제대로 쉬려면 일의 특성 반대편에서 힌트를 얻으면 도움이 된다.

원래부터 쉬는 것은 용두사미가 어울린다.

체계적으로 화끈하게 쉰다는 것은 또 다른 휴식의 사무화!

뒹굴거리다가 방바닥에 온몸을 밀착시킨 후 현상도 되지 않을 엑스레이를 수 차례 동영상을 찍는다.

운이 좋게 바닥에 굴러다니는 간식을 발견하면 유통기한은 아랑곳하지 않고 입에 넣어 본다.

섭취가 아니라 치아의 일정한 저작행위는 휴식의 박자를 위한 메트로놈이다.

태양의 움직임에 따라 나의 몸은 반대로 구른다.

잘 말려야 잘 달릴 수 있을 것이다.

기계가 작동할 때만큼 충전하는 시간도 소중하다.

내 몸도 충전기를 꽂은 채 작동할 수는 없으니 잠자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도 찾지 않고 -누구도 찾아 나설 필요가 없고- 몸에 맞출 필요조차도 없는 짜이지 않은 이러한 주말이 참 어설퍼서 좋다.


주말은, 다 할 수 있으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호사를 누리는 날이어야 한다


그 호사는 주말을 어설프게 보내지 않고서는 가당치 않으니 그것이 결정적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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