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숲오 eSOOPo
Sep 01. 2023
한시도 가만있지 못하는 기분과 함께 있다.
기분은 감정으로도 바꿔 말할 수 있는데, 기분은 감정보다 단순한 구조를 가진다.
고작 상쾌와 불쾌의 기운을 나눈 것에 불과하다.
대체로 내부에서보다 외부의 상대나 환경에 따라서 표정을 달리하는 감정이다.
지속을 전제로 하기에 생물에 가까워 때로는 기분이 '상한다'라고 음식처럼 취급하기도 한다.
단순한 구조일수록 다루기가 쉬워서 '감정이 이러이러하다'에 따라붙는 동사보다 기분에 엉겨 붙는 동사들이 무진장이다.
기분이 좋다
기분이 나쁘다
기분이 든다
기분이 상하다
기분이 난다
기분이 거늑하다 (* 넉넉하고 아주 느긋하다)
기분이 남다르다
기분에 잠기다
기분에 사로잡히다
기분이 바뀌다
기분이 새롭다
기분이 불쾌하다
기분이 풀리다
기분이 업되다
기분이 개운하다
기분이 내키다
기분을 가라앉히다
기분이 되다
기분을 감추다
... 끝도 없다.
기분은 날씨 같아서 매 순간 제 모습을 바꾼다.
기분은 하늘 같아서 매 순간 같은 얼굴이 없다.
이럴 때에는 TV채널을 돌리듯 기분을 전환해야 한다.
기분은 무엇으로 바꿔야 할까.
기분의 리모컨은 글쓰기다.
지금 이 자리를 박차고 떠날 수 없다면 제자리에서 할 수 있는 기분전환은 글을 쓰는 것이 유일하지는 않지만 최고의 방법으로 여겨진다.
늘 글쓰기 전과 글 쓰고 나서의 기분은 바뀌어 있었다.
거의 대부분 괜찮은 기분으로 변해 있었다.
글쓰기의 용도를 기분전환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도 나름 신박한 대안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