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and I 또는 AI and Me
노트와 연필 또는 펜이 너저분하던 책상에 얇고 깔끔하고 뜨끈한 노트북 컴퓨터가 단정하다.
눈 빛이 닿지 않는 뿌연 건너편에서 혼자 축축하게 방황하며 간극의 바늘방석을 집어던진다.
모세혈관이 그대로 도드라진 빨간 두 눈이 컴퓨터 스크린에 매달려 이리저리 덧없이 구른다.
내 팔의 각도가 둔각이 되었다가 예각이 되었다가 3차원 공간으로 휘젓는 건 피에로의 허무 같은 거.
오늘이 마지막이야 지금이 아깝게 흘러가고 있으니 고개를 들고 뜨거운 심장과 딸린 뇌를 잘 챙겨.
How much AI are you?
얼마나 AI니, 너는? 너희들은?
예상 못한 질문에 딸려 오르는 정신과 흔들리는 공기와 웅성이는 핏줄이 도드라지는 소리가 나.
자신을 포장하는 각론의 철저한 실습 대신에 신경전달물질이 묻혀 있는 사이버 무덤 속에 서있어.
What is the biggest difference between 'I' and 'me' here?
여기, 'I' 랑 'me'의 가장 큰 차이가 뭘까?
Dependence, 의존성과 Independence, 독립성은 'in'이라는 커다란 존재 방식의 차이가 있지.
진정한 세계 안에 들어가 맺는 관계를 네가 결정할 건지 아니면 처분될 때까지 기다릴 건지 말해줘.
너의 밖에서 AI를 향해 돌진해 구걸하는 대신에 너의 의미와 너와의 관계 너의 정체성을 챙겨야지.
지금 완전히 몰입한 네가 네 안을 뒤져 너를 끊임없이 재구성하면 조금씩 세상이 네게로 오는 거야.
하이데거라고 말하는 순간 노트북컴퓨터가 최고 온도로 오를게 뻔하니 나는 뭉툭하게 눈을 맞춘다.
빨갛게 충혈된 두 눈알이 AI 안에서, 어서 두뇌 가소성 포기 각서에 서명하라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