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은 시끌벅적하겠군
모리스 블랑쇼
캐시 윌리스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니클라스 루만
가스통 바슐라르
어젯밤 네모난 상자에 담겨 도착한 이들이다
오랜만인 이도 있고 처음 만나는 이도 있다
다정한 이도 있고 쌀쌀맞은 이도 있다
모두가 할 말이 많고 복잡하고 집요하고 한결같다
우선 한 명씩 가볍게 인사 나누고 외투를 벗긴다
차콜
와인
블루
크림
개성만큼 두르고 있는 색도 다양하고 강렬하다
블랑쇼는 손을 잡자마자 어떤 공간을 소개하며 그곳의 놀라움을 호들갑 떨며 안부를 대신해 전한다 기껏 오랜만에 만나 전해준 소식이 동굴이라니 감동도 재능이고 능력인 그가 부럽다
윌리스는 내가 요즘 창밖보기가 잦아진다고 하자 그 이유를 알려주겠다고 그 큰 눈을 더 크게 뜬다
특히 자연과 대화하고 다루는 것에 대해서는 숲길을 걸으며 이야기나누기로 했다
그라임스는 내게 최근에 멍청한 결정을 내린 적이 없냐고 다짜고짜 묻길래 늘 그랬기에 이젠 후회도 안 한다고 하니까 그런 게 반복되지 않게 방법을 알려주겠다고 해서 추후 다시 약속을 잡기로 한다
루만은 태고적에 박사논문 대상으로 침 발라 놓은 적이 있어서 더 반가웠다 그가 법학에서 사회학으로 건너온 사건만큼 차이의 철학은 그의 탈모만큼이나 섹시하고 흥미롭다 그와는 조금 긴 여행을 떠나야 할 것 같다
바슐라르는 집으로 들어오자 주위를 둘러보고는 너의 그 잘난 상상력이 어디서 오는지 알겠다고 말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차를 내놓으며 물어보니
집은 세계 속 너의 구석이자
최초의 세계이자 하나의 우주이지
한동안은 유별나고 수다스러운 다섯 손님과 대화하느라 심심할 틈이 없겠다
지금은 저 쪽에서 시차적응이 안 돼 곤히 잠들어 있다
이따 모두 일어나면 천이 흐르는 둘레길 따라 걸으며 가볍게 근황을 듣고 어느 창이 큰 찻집에 들러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진한 속내를 들을 예정이다
통역은 다람쥐가 하기로 했고 디저트 제공은 너구리가 하기로 했다 이 모든 주선은 알파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