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다가 일기

네 번째 일기(一氣), 그 다섯 가지 의미

by 희수공원

고작해야 서너 가지가 다겠지 그러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일기'를 검색해 16가지의 다른 일기를 읽는다. 그중 네 번째 일기는 의미만 다섯 가지다. 읽다가 문득 일기 쓰듯 어떤 글자나 표현, 문장을 마음에 넣어 둔다.


읽는다는 것에 느리고 심각하다. 중간에 부정어나 부정의미라도 끼게 되면 어느 만큼 부정인지 결코 부정할 수 없을 만큼 단호한지 생각한다. 읽었다는 완료가 아니라 읽다가 문득 멈추어 존재가 현재에 제대로 작동하는지 돌아보는 두려운 과정에 오래 머무는 것이다.


일기(一氣)에 상대를 넘어뜨리거나 한 계절의 기운이 가득할 때도 쓴다. 봄의 일기가 가득하다는 문장을 읽으며 울의 일기가 아직 남아있을지도 모르는 순수한 내 심연으로 나를 일기에 몰아넣었다는 문법과 의미가 가능한지 안갯속을 걷는다.


세상이 만들어지기 전의 혼돈한 기운의 의미로는 도대체 응용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나락으로 떨어지며 느끼는 무모한 불안의 일기가 어둡게 부풀어 2026년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 몰라 떨고 있었다고 일기에 적어도 되는 걸까.


일전에 문득 느꼈던 일기는 현재를 붙잡고 서서 제대로 걷고 있는지 끊임없이 묻고 있었다.'혼돈의 기운'이라는 '일기'와 '같은 분위기'라는 '일기'는 왜 일한 단어인 건지 약한 연상의 고리를 쥐고 다시 일기의 불안으로 일기에 처박히는 것 같다.


동음이의어는 사용이 빈번치 않고 의미가 명확하지 않으면 죽은 언어가 되기 쉽다. 그 소리의 길고 짧음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일기에 일기가 반복된다. 어쩐지 일기에 공격당해 초토화될 것 같은 또 다른 차원의 더 아득한 일기를 헤어나지 못해 고개를 무릎사이에 떨구며 팔로 감싸 웅크린다.


결국 서로의 힘과 기가 통하는 무리인 그 '일기'에 안전하게 닿을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일기의 모든 의미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면 일기에 환한 빛으로 2026년의 시작을 축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읽다가 일기에 일격 당한 새해 첫날이다.




2026년에는

행복한 일이 더 많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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