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공급 사슬?
언제부터 인가 SCM(Supply Chain Management)을 “공급사슬”이라 부르지 않고 “공급망”이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공급망에 대한 이론서나 실무서들이 많이 소개되어 있다. 복잡한 이론서이건 한결 쉬운 실무서 이건 공통점이 있다. SCM을 수요와 공급으로 엮인 복잡한 망(Network)으로 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코로나 이후 백신 공급망이나 미중 경제 전쟁으로 인해 반도체 공급망 등이 핫이슈로 부각되었다.
SCM 책에 나오는 공급망과 백신이나 반도체 공급망은 같은 것일까? 그리고 한국 기업들이 도입하려는 공급망(SCM)은 이들과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일까?
백신이나 반도체에서의 공급망은 공급 지역이나 경로(Route)를 말한다. 어느 나라의 어떤 회사로부터 공급을 받을까 하는 문제가 주요 관점이다. 공급망이 자주 거론된 이유는 백신이나 반도체가 공급이 부족해지는 문제, 즉 수요자 관점에서의 문제이다. 특히 반도체는 미국이 반도체의 전략적 중요성을 깨닫게 되어 자국 중심으로 반도체 공급망을 개편하고 중국을 배제하려는 목적을 포함한다.
사실 반도체나 백신 공급망을 놓고 보면 더 정확한 용어가 있다. 바로 “구매처”이다. 백신 공급망, 반도체 공급망을 백신 구매처, 반도체 구매처로 바꾸어 보자. 사실 큰 차이가 없다.
반도체 공급망도 결국은 미국이 반도체 구매처를 장기적으로 패권 경쟁자인 중국에 의존하지 않으려는 전략적 선택이 들어가 있다. 단기적으로는 자국 기업이 안정적으로 반도체 구매를 할 수 있도록 우방국인 한국과 일본 그리고 대만의 반도체 업체와 구매 체계를 강화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우방국 업체들이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세우도록 독려하는 것은 이 목적의 일부이다. 미국 기업이 우선적으로 그리고 안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려고 하는 것이다. 미래의 위협인 중국이 이 중요한 자원의 구매에 영향력을 없애도록 하는 것이 장기적인 목적이다.
중국과 미국 간에 대결이 첨예해지면 한국, 일본, 대만이 속한 동북아 전체가 지정학적 리스크를 겪을 수밖에 없다.
SCM 이론서가 제시하는 공급망은 그 범위가 넓다. 대부분의 이론서와 큰 차이가 없는 나무 위키의 SCM 공급망 정의를 인용해 보자. “공급사슬 관리란 공급사슬 상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들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관리를 뜻한다”
재밌는 것은 SCM이 공급망이 아니라 공급 사슬로 번역되어 소개된 것이다. 공급망이든 공급 사슬이든 중요한 것은 그것이 정의하는 내용이다. 나무 위키를 좀 더 소개해 보면, SCM의 “관리 요소에는 부품 공급업자, 자재 공급업자, 제조업자, 도매상, 소매상, 고객 등이 모두 포함된다. 공급망은 대개 공급자에서 고객 쪽의 방향으로 흐른다…. 특정 상품뿐만이 아니라 정보나 현금의 흐름 역시 시스템에 포함된다. 마케팅, 개발, 구매, 제조, 물류, 판매, 서비스 7가지의 활동을 모두 포함한다.”
이 말을 기업의 가치사슬(Value Chain) 관점에서 다시 정리해 보면 SCM은 부품 공급업자, 자재 공급업자와 같은 구매 Side가 있고 생산을 하는 제조업자가 그다음, 그리고 도매상과 소매상, 최종 고객과 같은 판매 Side가 있다. 결국 크게 보면 구매-제조-판매이다. 구매에서 제조로 제조에서 판매로 물건과 돈 그리고 정보가 흘러간다. 물론 반대로도 흘러간다. 이것을 관리하는 것이 바로 SCM이라는 것이다. 관리의 목적은? 비용 효율화와 고객 만족을 동시에 이루는 것, 이것을 SCM 최적화라고 부른다.
SCM이 복잡해지는 것은 이 정의를 확대하고 심화하기 때문이다. 앞의 나무 위키 정의도 마찬가지이다. 구매-제조-판매라고 정의한다면 비교적 간단해 보인다. 그런데 갑자기 개발, 마케팅, 물류 그리고 서비스까지 범위에 포함을 시킨다. 범위가 확대된 데에는 물론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합당한 가는 다른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