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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Jul 16. 2017

욕망을 아는 자가 성장한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시리즈를 재밌게 보았어서, 새로운 영웅에 이질감이 있지는 않을지 우려했었는데. 천만에! 새로운 영웅 '톰 홀랜드'의 귀엽고 친근한 성장 과정은 이전 시리즈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왔다.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유튜브에 영상을 스스로 업로드하는 영웅이라니, 얼마나 친근한가?

어벤저스 팀에서 활약했던 꿈같은 기억을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피터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가치를 토니 스타크에게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렇지만 이 과정은 불안한 스스로에 대한 확인이기도 하다. 자신의 영웅성이나 특별함을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은 성장기의 인정 투쟁 욕망은 얼마나 큰가.

새로운 이 영웅이 매력적인 이유는 욕망에 대한 '정면돌파'에 있는 듯하다. 자신의 욕망을 감추고 회피하거나, 혹은 알아채지 못하는 머뭇거림이 피터에겐 없다. 하루 종일 재잘재잘 자신의 멋짐에 대해 알아 달라고 영상 일기를 찍는 유튜버 소년은 바로 그 인정받고 싶은 욕망을 정면 돌파함으로써 영웅이 된다.

인정 투쟁의 한가운데에서, 욕망을 넘어서 비로소 '토니 스타크'에 기대지 않고 스스로 성장하는 영웅의 스토리는 매력적이다. 또한 이 지점에서 아버지나 삼촌이 없는 피터에게 토니 스타크가 소년 성장 플롯에서의 '아버지'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웅 서사의 시작은 '집을 떠남' 혹은 '아버지를 떠남'이 되기에, 마지막 장면은 앞으로 피터가 진정한 영웅으로서의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예고한다. <스파이더맨 홈커밍>이 새로운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탄생을 알리고 있음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추가적으로 좋았던 점은, 영화 속에 많은 고민들이 녹아 있다는 것이 느껴진 점이다. 최근의 마블 시리즈들을 통틀어 인종이나 젠더, 계급에 대한 다양한 고민을 영화에 녹이며 누군가에게 불편함이 될 것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가장 돋보였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특정한 차별적 시선이 녹아있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사실 개인적으로 마블 영웅 시리즈에서 이 정도의 감수성을 가진 영웅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여성들의 외모를 함부로 평하지 않고, 이모의 안부를 묻는 동네 아저씨의 의도를 빠르게 파악하고 기분 나쁜 티를 팍팍 내준다. 친한 친구들이나 교장선생님 등의 인물에 배정된 인종 또한 다양하다.


또한 워싱턴 탑 앞에서 '나는 노예들이 만든 탑을 차마 올라갈 수 없다'며 견학에서 빠지는 인권운동가인 여자 학생의 목소리를 담은 것, 그리고 그런 캐릭터가 유머 코드나 조롱거리로 쓰이지 않았다는 것도 칭찬할만한다.

게다가 친구들이 자신을 'MJ'라고 부른다는 그녀는 다음 편에 피터의 연인, 메리 제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백인 여성들이 기존 시리즈들의 MJ 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꽤나 큰 변화이다. 물론 그 실제 내용물은 까 보아야 알게 되겠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피터는 선택의 기로에서 아직 살던 동네에 남아 자신이 하던 일들을 하겠다고 말한다. 이제 그는 스스로의 영웅성과 욕망이 어디에 쓰여야 하는지 안다. 자신의 욕망을 이해한 영웅, 그리고 그 욕망을 조절할 수 있게 된 영웅은 이제 더, 강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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