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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희 Aug 27. 2018

직딩의 피곤함을 구하는 귀여움

귀여운 존재는 본인이 귀엽다는 것을 안다

귀염에너지 꾹


회사 근처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 카페가 있다.
인기 카페가 되어버려서 최근에는 자주 못 가는 편이지만, 다녀오면 그곳에서 무언가 에너지를 왕창 받고 오는 기분이다. 일명 귀염에너지 같은 것.

원래 이곳엔 '모카'라는 고양이가 있었고, 이 오렌지 브라운 빛의 작은 고양이의 이름은 '체다'이다. 이름이 뭐냐고 묻는 우리에게 주인분께서 체다치즈 할 때 그 '체다'라고, 웃으며 말해 주셨다. 

체다라니 이 이름도 너무나 귀엽지만 사실 속으로는 조금 실망했다. 까만 털이 고급스럽게 섞인 모카의 이름도 찰떡이라고 느꼈기에, 처음에 이 아이를 보았을 땐 모카 동생이니까 라떼는 어떨까 생각했던 것이다. 함께 있던 동료들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며 고개를 끄덕여주다가 살짝 웃었다. 사실 우리가 주인인 것도, 그래서 이름을 지어 줄 자격이나 이유도 없으니까 말이다. 말하자면 이 카페의 고양이들은 자기들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카페에 들르는 우리 모두의 애정을 담뿍 받는 고양이인 셈이다. 아마 손님들이 이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간다는 것은 핑계이고 실은 고양이 발바닥에 엄지를 찍으면서 귀염에너지 받아 오는 건 아닐지. 


꼬리와 허벅지를 안 팔에 앉고 아련하게 창밖을 보는 체다 최고시다


근데 더 귀여운 건 얜 진짜로 자기가 귀여운 지 너무 잘 안다는 거다. 이 카페에 혼자 있던 모카는 사람들이랑 노는 걸 그닥 내켜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가끔 기분이 내키면 와주긴 하지만 구석에서 혼자 놀거나 쉬었다. 


그런데 체다는 모카와는 확연히 다르다. 모카가 인수인계를 마친 사수처럼 지친 표정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을 때 체다는 요리조리 카페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테이블마다 귀염 에너지를 전파시키고 다닌다. 피곤한 직장인들의 포션이라는 점심 후 커피를 한 잔씩 들고는, 체다의 행동 하나하나를 좇는 사람들. 체다는 피곤한 강남 직장인들의 점심시간마저 이렇게 귀염화시켜 버린다. 


사원증=체다 장난감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옆 테이블 사람들이 사원증을 열심히 흔들면서 체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던 우리 팀원이 조용히 하는 말이,

"우리 회사도 사원증 있었음 좋겠다. 
그럼 얘네랑 놀아줄 텐데."

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원증의 쓸모를 이렇게 재발견한다. 


모카의 유일한 친구

갑자기 강아지 손님이 찾아왔다.


꼭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흔한 상식, 강아지랑 고양이는 천적이라던데에!? 때문에 
카페 안 모든 사람들은 놀라서 어머 강아지가 왔어..! 라며 술렁였다. 그 분위기를 눈치채셨는지 강아지 주인분께서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카페 안 사람들을 둘러보며) 

"모카의 유일한~ 친구예요~"라고 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귀찮은 듯 자리에서 내려오지도 않던 모카가 어슬렁 내려와서 둘은 잠시 근황 토크의 시간을 가지는 것 같았다. 특별히 유일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며 강조하신 이유가 단박에 이해되는 모습이었다. 카페 안 사람들은 그 극적인 모습을 숨죽이고 감동스럽게 지켜보았다.


강아지 무서어...


체다는 역시 강아지는 아직 무서운 모양이다. 들리지도 않는데 세상 무서운 표정으로 하악질을 내내 해대더니, 강아지가 나간 후에도 한참을 이러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한 표정. 


아 어쩌겠는가. 아마 이 생명체들은 무슨 짓을 해도 귀여울 것이다. 본인도 그것을 알고 귀여움을 뽐내고 다니는 우쭐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따뜻한 무언가가 몽글몽글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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