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존재는 본인이 귀엽다는 것을 안다
회사 근처에 고양이 두 마리가 있는 카페가 있다.
인기 카페가 되어버려서 최근에는 자주 못 가는 편이지만, 다녀오면 그곳에서 무언가 에너지를 왕창 받고 오는 기분이다. 일명 귀염에너지 같은 것.
원래 이곳엔 '모카'라는 고양이가 있었고, 이 오렌지 브라운 빛의 작은 고양이의 이름은 '체다'이다. 이름이 뭐냐고 묻는 우리에게 주인분께서 체다치즈 할 때 그 '체다'라고, 웃으며 말해 주셨다.
체다라니 이 이름도 너무나 귀엽지만 사실 속으로는 조금 실망했다. 까만 털이 고급스럽게 섞인 모카의 이름도 찰떡이라고 느꼈기에, 처음에 이 아이를 보았을 땐 모카 동생이니까 라떼는 어떨까 생각했던 것이다. 함께 있던 동료들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며 고개를 끄덕여주다가 살짝 웃었다. 사실 우리가 주인인 것도, 그래서 이름을 지어 줄 자격이나 이유도 없으니까 말이다. 말하자면 이 카페의 고양이들은 자기들이 의도하지 않았겠지만, 카페에 들르는 우리 모두의 애정을 담뿍 받는 고양이인 셈이다. 아마 손님들이 이 카페에 커피를 마시러 간다는 것은 핑계이고 실은 고양이 발바닥에 엄지를 찍으면서 귀염에너지 받아 오는 건 아닐지.
근데 더 귀여운 건 얜 진짜로 자기가 귀여운 지 너무 잘 안다는 거다. 이 카페에 혼자 있던 모카는 사람들이랑 노는 걸 그닥 내켜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가끔 기분이 내키면 와주긴 하지만 구석에서 혼자 놀거나 쉬었다.
그런데 체다는 모카와는 확연히 다르다. 모카가 인수인계를 마친 사수처럼 지친 표정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을 때 체다는 요리조리 카페 구석구석을 헤집으며 테이블마다 귀염 에너지를 전파시키고 다닌다. 피곤한 직장인들의 포션이라는 점심 후 커피를 한 잔씩 들고는, 체다의 행동 하나하나를 좇는 사람들. 체다는 피곤한 강남 직장인들의 점심시간마저 이렇게 귀염화시켜 버린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옆 테이블 사람들이 사원증을 열심히 흔들면서 체다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그 모습을 가만 바라보던 우리 팀원이 조용히 하는 말이,
"우리 회사도 사원증 있었음 좋겠다.
그럼 얘네랑 놀아줄 텐데."
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원증의 쓸모를 이렇게 재발견한다.
갑자기 강아지 손님이 찾아왔다.
꼭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흔한 상식, 강아지랑 고양이는 천적이라던데에!? 때문에
카페 안 모든 사람들은 놀라서 어머 강아지가 왔어..! 라며 술렁였다. 그 분위기를 눈치채셨는지 강아지 주인분께서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카페 안 사람들을 둘러보며)
"모카의 유일한~ 친구예요~"라고 하셨다.
아니나 다를까 귀찮은 듯 자리에서 내려오지도 않던 모카가 어슬렁 내려와서 둘은 잠시 근황 토크의 시간을 가지는 것 같았다. 특별히 유일한이라는 형용사를 붙이며 강조하신 이유가 단박에 이해되는 모습이었다. 카페 안 사람들은 그 극적인 모습을 숨죽이고 감동스럽게 지켜보았다.
체다는 역시 강아지는 아직 무서운 모양이다. 들리지도 않는데 세상 무서운 표정으로 하악질을 내내 해대더니, 강아지가 나간 후에도 한참을 이러고 있었다. 내가 지금 뭘 본 거지 한 표정.
아 어쩌겠는가. 아마 이 생명체들은 무슨 짓을 해도 귀여울 것이다. 본인도 그것을 알고 귀여움을 뽐내고 다니는 우쭐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속에 따뜻한 무언가가 몽글몽글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