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터를 타고 해안도로를 달리던 행복한 기억에 호기롭게 스쿠터를 빌렸지만, 처음 겪는 교차로가 많아 식은땀을 미친 듯이 흘렸던 성산. 그럼에도 행복한 기억으로 남았던 건, 다른 운전자들에게 민폐가 될까 도로에 차가 없을 때까지 갓길에 멈춰 기다렸던 아이러니한 상황 속에서 맞이한 풍경이었다. 너무 힘들었던 타이밍에 발견해서였을까,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누워서 즐기다 가고 싶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풀썩 주저앉아 일단 한 숨을 돌렸는데, 찌르르 풀벌레 소리와 철썩이는 파도소리가 일어설 수 없게 만들었고, 이따금 멀리서 들려오는 사람들의 소리가 있었지만, 그것마저 완벽했다. 뜨거운 햇빛에 밀려 떠날 채비를 하려는데, 거짓말처럼 유유히 바닷가를 거니는 말들이 나타났다. 진짜 완벽하다-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이 사진을 보면 나열해놓은 장면들이 침대에 누워 있는데도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지곤 한다. 이런 기억들이 다시 짐을 챙기는 이유가 되는 게 아닐까-. 봄에 다시 떠나게 될 제주도가 그리워져서 사진첩을 뒤적이다 발견한 그날, 꼭 잠들지 않아도 괜찮아 설레는 토요일 새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