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돌고 돌아 아날로그라 했었나. 종이의 질감이 더해주는 감성이 오늘은 필요한 듯싶다. 책으로 엮는다고 생각하니 마음 가는 대로 써 내려갔던 글들이 모두 어렵기만 해서. 비 오는 날을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빗소리의 힘을 빌려 또 다른 용기를 얻고 싶어지는 아침이다. 하나만 먹고 해야지-로 시작했던 간단한 브런치가, 다섯 개의 식빵을 구워 먹어 배불러진 지금처럼. 내려놓은 커피를 계속 리필해 먹을 수 있는 것처럼. 마음 안에 숨어있는지, 머릿속에서 아직 못 찾은 건지 모르겠는 그 무언가가 빈 컵에, 그릇에 담기듯 나타났으면 좋겠다. 영화를 보면 리필이 되려나, 아니면 책을 읽어야 할까. 그것도 아니면 무슨 음악을 들어야 되는 건지. 도둑놈의 심보가 슬그머니 자리 잡은 비내리는 날 아침. 욕심이 많아지는 요즘, 재미있는 것도 그만큼 더 많아져서 즐거운 요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