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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rlotte Apr 10. 2022

소원

약간 쌀쌀한 밤공기 위로 바람이 날아다니고, 불편했던 속이 가라앉으면서 귓가엔 처음 듣지만 지금과 쏙 어울리는 음악이 흘렀어. 끄트머리에 겨우 머물고 있는 봄바람 때문일까, 별거 아닌 지금인데 괜히 영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 무거운 가방을 한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엔 불편하게 들린, 다 마시고 난 커피잔이 있었어. 철없을 땐 옆에 슬며시 내려놓고 모른 척 떠났던 예전의 내가 떠오르더라. 그러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누군가 했던 말이 생각났어.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안다는 그 말. 불편하게 들려있는 컵을 꼭 쥐곤 소원했지, 나이가 조금 더 들어도 나에게만 영화 같은 오늘 같은 날들을 더 선물해달라고. 손에 쥐어진 만큼, 잊지 않고 살아갈 테니. 더 많은 것을 경험하면서 익숙해지는 것들이 많아지더라도 문득 찾아오는 봄날의 밤공기 같은 오늘을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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