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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ee Mar 21. 2024

행복은 곁에 있다

감사한 하루, 잘 보내주어서 고마워

3월 1일부터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바로 일하지 않고 쉼을 가지고 있다. 온전한 '쉼'을 가지고 싶었는데 대학원이라는 내 인생의 빅 이슈가 생겨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온전한 쉼은 쉬지 못했다. 2월에 거의 3주간을 심한 감기가 걸렸었고 수액을 3번, 4번을 맞고 나서야 그나마 버티며 전 일터에서 마무리를 지었다. 그렇게 아픔이 끝나갈 즈음에는 또, 배탈이 나서 며칠간 고생을 했다. 


그렇게 3월 4일, 대학원 첫 학기가 시작이 되었다. 1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오고 가는 게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힘이 많이 들고 몇 번이고 마음이 갈팡질팡, 왔다 갔다 했다.


'내가 대학원을 끝까지 졸업할 수 있을까? 괜히 시작한 걸까? 일하면서도 대학원을 병행할 수 있을까?'

'나 보다 훨씬 능력 좋고 실력 많고 여유 있고 나이도 어린 사람들이나 완주라는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는 거 아닐까?'


-어차피 각오하고 시작한 거, 1학기는 제대로 해보기로 했잖아. 내가 부족하지만 합격을 한 것도 내 가능성을 보고 교수님들도 합격을 주어준 거지. 지금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그럴 시간에 과제 하나라도 더하고 관련된 자료들이나 꼼꼼히 보자.


이런 마음들로 왔다 갔다 했다. 그 와중에 일을 빨리 구해야지 하는 조바심과 일을 하고 있지 않고 있는 나 자신이 무언의 죄책감이 들어서 3월 첫째 주부터 일을 계속 구하고 이력서를 넣었었다. 그러던 중에 이번주에 면접을 봤고 조건이 맘에 들어서 바로 일을 하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면접 본 곳에서도 계약서 작성해서 그날 바로 보내 준다고 했다. 정말 기분이 좋았고 최선을 다해보자 하는 마음을 다지게 되었다. 하지만, 바로 보내 준다던 계약서를 보내주지 않았고 그다음 날이 되어도 메일함에는 메일이 오지 않아서 직접 연락을 했다. 


"오늘, 내일까지 보내드릴게요~" 


라는 답을 받고 바쁘고 하니까 늦어지나 보다, 싸한 느낌이 있었지만 그렇게 믿었다. 하지만, 그날 밤 8시가 되어서 연락이 왔다. 왜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연락이 왔지? 하는 느낌으로 전화를 받았고 나는 그 전화를 끊고 1시간 동안 속상하고 억울하고 화나서 눈물이 멈추지 않았었다.


"아.. 죄송하지만 채용은 보류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신 걸까요?

"전 회사에 확인 전화를 했는데 그 답이 좀 전에 왔고 그래서 채용을 취소하게 되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이 말을 듣고 어떠한 반박을 하고 싶지가 않았기에 알겠다 하고 전화 통화를 마쳤다. 내용은 따로 말하지 않았어도 어떤 사람이 나에 대해서 악의를 가지고 채용을 취소시킬 만큼의 매우 안 좋게 폄하했다는 걸 단박에 알게 되었다. 억울하고 분하고 속상하고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눈물이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 심지어 수업이 시작하기 직전이라 수업 내내 눈물 참고 있느라 듣는 둥 마는 둥 힘겹게 자리만 지켰다.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오는 시간에 친했던 동료와 친한 친구 몇 명에게 이 사실을 말해주었고 위로와 조언을 많이 받았다. 


여기서 내가 몇 가지 깨달은 게 있다. 

첫 번째는 예전에 나였으면 대미지를 많이 받아서 헤어 나오기 좀 힘들었을 텐데, 지금의 나는 생각보다 많이 건강하고 단단해져 있다는 것과 내 옆이 있는 사람들이 정말 나를 아끼고 내 일처럼 진심으로 생각해 준다는 것, 그리고 언제나 응원한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인생을 잘 살아온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살아가는 것이 헛된 게 아니고 지나가다 똥을 만난 것뿐이라는 것, 그리고 인생에 이런 경우는 많을 것이니 이런 일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이것을 계기로 더 제대로 잘 살아가고 싶어졌다. 


어제 보단 오늘이 단 1% 라도 성장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대견하고 잘하고 있고 더 잘 살아갈 거라는 확신이 든다. 나에게 일어난 일들을 잘 마주하고 버릴 건 버리고, 담을 건 담고, 고칠 건 고치고,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서 후회 없는 인생을 살련다. 그게 나를 폄하하고 악의를 가진 사람에게 최고의 복수라 생각한다. 나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나는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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